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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Sep 21. 2022

알아봐 준다는 것

여느 때 보다 조금 일렀던 출근길.  출근 후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6년 전 작은 시골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당시 교감 선생님의 반가운 전화였다. 더운 여름날 방학 중 근무하는 우리를 위해 집에서 손수 팥을 삶고 오셔서 팥빙수를 만들어 주셨던 분이다. 많은 사랑을 주셨던 분이라 반가운 마음에 눈이 커지고 아침부터 목소리를 올려가며 전화를 받게 된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교장선생님으로 승진하셨는데도 축하도 제대로 드리지 못 죄송한 마음에  머뭇거리며 받아야 했지만 전화기에 찍힌 이름은 무조건 반가운 이름이었다.


"교장선생님!" 아직은 교장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내게는 낯설다.

"잘 지내지?" 여전히 따뜻한 목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으면서도 순간 목 안에 뭔가 걸린 것처럼 울컥하는 공기가 가득 찬다. 목소리를 들으니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음을 사과드렸다.

"혹시 내년에 우리 학교에 올 수 있겠니?"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이유를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거절을 하면서도 이 분과 함께 근무할 수 있다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감사한 제안이었다.

"아쉽다. 딱 그 자리에 네가 떠올랐는데." 전화기 건너로 아쉬움이 묻어난다.

"교장 선생님, 같이 근무할 때 저 일도 잘 못하고 했을 때인좋게 봐주세요?" 어리숙했던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교장선생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지금 네가 있는 학교는 얼마나 좋겠니. 네가 있어서."

"네? 학교가 좋은 게 아니고 제가 학교 덕분에 좋은 거죠."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 함께 근무를 했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신뢰를 여전히 쏟아부어주시고 전화를 아쉽게 끊으시는 교장선생님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같이 근무하던 그 시절.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교장선생님이 그 시절 힘들어하던 나의 손을 잡으시며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너를 위해서 기도해줄게."

한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그 사람을 지탱해주는 힘을 준다. 이렇게 강력한 마음을 주시는 분이 있기에 그동안 무너질 뻔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살아낼 수 있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인연이 주는 감사함에 대해서 한번 더 뒤돌아보게 된다. 나보다 더 나를 신뢰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를, 그리고 작은 보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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