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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Sep 18. 2022

Too good as always

아침에 눈을 떠보니 손흥민의 해트트릭 소식이 전해진다. 레스터시티와 홈경기 종료 17분 전 교체 출전을 해서 3골을 넣다니.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지만 경기 후 이른 시간이라 골장면은 찾기 어렵다. 인스타그램에 보니 손흥민과 토트넘 계정에 골 장면이 올라와 있었다. 이렇게도 공을 넣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한발 빠른 슛에 입이 떡 벌어진다.

출처: 손흥민 인스타그램

이번 손흥민의 골들은 해트트릭이라는 결과 말고도 큰 의미를 지닌다. 작년 시즌 득점왕인 그가 이번 시즌 개막 후 공식전 8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골이 나오지 않자 언론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 걱정들은 손흥민에게 슬럼프라는 글자를 하나씩 씌우려는 것 같았다.

이날 경기 직전 언론은 실적이 저조한 손흥민을 타깃으로 콘테 감독에 그의 부진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신뢰하며 절대 자신에게 손흥민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이런 감독의 신뢰에 답하기라도 하듯 손흥민은 미친 듯이 골을 넣었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한 선수에게 '부진'이라는 이름표가 씌워지고 곳곳에서 활자화되면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그의 부진을 안타까워하고, 그를 응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하면서 냉소적표현들을 쏟아낸다. 안타까움, 걱정, 비난들이 거대하게 한 선수를 감싸게 되는 것이다. 거대한 파장처럼 그를 두고 쏟아지는 나쁜 기운을 그가 견디어 냈다는 사실에 무척 흥이 난다.

경기 직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팀은 성적이 좋은데 자신만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실망했을지 이런 경험이 없는 나의 작은 상상력으로도 이해가 된다.


조금 부진하더라도 알은체를 했다면 어땠을까?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이니 어쩔 수 없이 시시각각 경기력이 분석되는 위치지만 너무 섣부른 판단들이  당사자에게는 생각지도 못하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 직전 신뢰를 보여준 감독의 말 한마디가 이번 경기 손흥민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감독마저 걱정을 표현했다면 이런 좋은 결과까지 가지 못했을지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그와 토트넘 인스타그램에는 응원의 말들과 멋진 경기 장면, 동료들의 축하로 가득하다. 경기 골장면에 한 사람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too good as always' 언제나처럼 너무 잘했다는 이 말이 오늘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은 손흥민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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