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지갑 걱정은 그만
13살 지구인 이야기(58)
6학년이 되더니 아이의 성장 속도는 늘 내 예상보다도 더 빨랐다. 1학기에 나보다 발이 커져 240을 신는가 했더니 금세 250이 돼버렸다. 그래서 이번 생일 선물로 아이에게 마음에 쏙 드는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했었다. 신발 가게에 가기 전 어떤 신발이 아이에게 편할지 폭풍 검색을 했다. 아이는 유달리 발볼이 넓어서 신발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길이가 맞아도 꽉 끼는 신발은 아이가 불편해했다. 나 홀로 마음속에 브랜드와 모델을 정하고 아이와 신발을 고르러 갔다. 어찌 보면 처음 아이와 신발가게 나들이었다. 매장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이 싸다고 생각해와서 실제 매장에 가서 아이와 신발을 사 본 적은 없었다.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브랜드, 앞 볼이 넓은 디자이면 아이는 무리 없이 잘 신었다. 그래도 이제는 직접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골라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며 제일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뒤 아이의 작은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엄마, 여기 왜 이렇게 비싸?"
"원래 신발들이 보통 이 정도 가격이야."
"정말? 너무 비싼데?"
다양한 브랜드의 멋진 신발이 그렇게나 많은 데 아이는 어느 하나 고르지 못하고 계속 서성이기만 했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신발을 이것저것 들고 신어 보라며 하고 싶었지만 아이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꾹 참고 기다렸다.
"엄마,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나가자."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고르기 힘든 것 같아 보여서 미리 검색해둔 모델을 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어때?"
"이게 요즘 유행인데 발볼도 넓고 편해서 인기가 짱 이래."
별 관심 없던 아이가 처음으로 신발을 들고 요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때 마침 옆에 있던 직원분이 와서 남자들에게 이게 인기가 많다며 거들어주었다.
"한번 신어볼래요?"
그렇게 아이는 나와 직원이 권한 신발의 한쪽을 신어보았다. 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편하다고 하길래 두쪽 모두 신어보고 걸어보라고 했다.
"엄마 정말 편해." 아이는 신발이 마음에 든 지 신발을 요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보며 좋아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직원에게 바로 사겠다고 말하고 계산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이거 비싼데 괜찮아?" 아이가 내 등 뒤에서 말했다.
"엄마가 어떤 신발이든 제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라고 했잖아."
"내가 이번 생일에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 줄게 그거랑 보태서 계산해."
아... 이 녀석 또 홀로 벌이 하는 엄마 지갑 걱정이다. 엄마 지갑 걱정에 감히 처음부터 가격만 보고 고를 엄두를 내지 못했나 보다.
"너 혹시 가격 때문에 못 골랐던 거야?"
"응... 난 물건 살 때 제일 먼저 가격을 봐. 안 비싼 거 사려고."
"엄마도 그랬었는데 그러지 마. 맘에 쏙 드는 걸 하나 사서 오래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 대. 오늘 좋은 신발 샀으니까 너를 좋은 곳으로 많이 데려다 줄 거야."
"그런가? 엄마 고마워."
그렇게 쇼핑을 나와서도 계속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식당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신발을 보고 또 보고 부산스러웠다. 지금도 아이는 그 신발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신발 인양 애지중지하며 그 신발을 신으니 달리기가 빨라진 것 같다느니, 발이 아프지 않다느니 연일 칭찬하기에 바쁘다. 이제야 아이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돌아보면 아이는 늘 뭐든 부족하게 골랐던 것 같다. 내가 퇴근길 편의점 털이를 하자며 아무거나 골라보라고 해도 그저 과자 하나를 골라왔다. 내가 아이스크림도 사고, 음료수도 더 사보라고 등을 떠밀어도 늘 이거면 됐다고 했었다. 용돈으로 일주일에 만원을 주면 많다고 오천 원이면 충분하단다. 그 이유가 아이가 먹고 싶은 게, 가지고 싶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엄마의 지갑을 걱정했었던 거구나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가 나에게 엄마야 말로 마음에 드는 거로 좀 사라며 타박이다.
"엄마는 그 돈 아껴서 책 사는 거지!"
"맞다! 엄마는 책 하나는 정말 마음껏 사지!"
아이랑 서로를 기분 좋게 탓하니 아이도 나도 이제는 가끔 정말 갖고 싶은 거 하나씩은 옆에 두는 행복도 종종 누리는 순간이 많아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