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잘 쓴다니까

13살 지구인 이야기(51)

by 도토리

"엄마, 내가 잘하는 게 뭘까?"

6학년이 된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끔 물어본다. 자기가 생각하는 모습과 남들이 생각하는 모습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인받고 싶어 하는 6학년 아이.


"너는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은 다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이럴 때 엄마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쭉쭉 나열해줘야 한다. 아이가 그 말을 꺼낸다는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가진 꽤 괜찮은 6학년 아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는 다재다능한 편이다. 특히 예체능 분야에 소질이 많아서 뭐든 빨리 익히고 좋아한다.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에 소질이 있고, 수영, 태권도도 빨리 익혔다. 기타도 간단한 곡은 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림은 어릴 적부터 잘 그려서 꿈이 화가다.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는 뭐든 뚝딱인 아이. 뭐 어려울까 아이가 잘하는 점을 칭찬하는 일이.


"엄마는 그런 재능이 없어." 아이에 대한 인정과 함께 셀프 디스를 더해주면 아이는 엄마보다 자기가 잘하는 점이 많다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다.

"네가 잘하는 건 엄마는 다 못해"

"그래도 엄마는 나보다 공부 잘하잖아"

어릴 적에 너처럼 흥미 있는 게 없고 딱히 잘한 게 없어서 해야 되는 공부를 했던 건데 결과가 좋았던 거지 그걸 재능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도 너처럼 뭔가 남들이 봐도 진짜 잘한다고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싶어."

"그래도 엄마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쓰잖아."

위로받고 싶어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이는 오히려 푸념하는 엄마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다. 슬픈 일을 이야기했는데 더 슬픈 이야기를 상대에게서 들은 것처럼 말이다.

"그냥 부지런히 읽고 쓰는 거지"


마침 글 이야기가 나와서 브런치를 보다 보니 내 브런치를 봤다는 조회수가 이상하다. 브런치 조회수가 유달리 높았다. 작가들에게 방문자 유입 경로가 나오는데 처음으로 카카오톡, 카카오 뷰에서 내 글을 봤다는 조회수가 눈에 띄게 올라가 있었다. '이건 뭐지?' 카카오톡 뷰에 가서 찾아보니 내 글이 글의 힘이라는 카카오톡 채널에 연결되어 오늘의 좋은 글로 소개되어 있었다.


"엄마 글이 이렇게 올라가 있어. 좋은 글 이래."

"보여줘 봐."

아이에게 폰을 보여주니 아이가 갑자기 엄청 큰 소리로 힘차게 말한다.

"그래! 잘 쓴다니까!" '그래'라는 이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단어가 튀어올라 귀에 쏙 박힌다.

아이는 이제야 뭔가 안심이 된다는 듯 자기의 일에 또 빠져다. 아이의 말 기운이 사라지기 전 조용히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나는 잘 쓰고 있다. 더 잘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