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이 열리다

13살 지구인 이야기(60)

by 도토리

며칠 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불로 브런치가 안되더니 다음 날까지도 브런치는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요즘 브런치에 매일 글 발행하기를 보름째 도전 중이었던 터라 뭔가 나의 도전이 타의에 의해 끝나는 느낌이 들어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발행은 못하더라고 글은 쓸 수 있지 않은가? 번뜩 그 생각이 미치자 작가들이 글 쓰는 데 도움되라고 글쓰기 앱 같은 것도 쓴다는 소리를 듣고 부지런히 검색도 했다. 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게 없어 장비 탓하지 말고 일단 쓰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바탕화면에 안 보던 한글파일 하나가 보인다. ‘초고’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초고?’ 내가 이런 글을 썼었나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파일을 열었다. 내가 다른 데 응모하려고 쓰기 시작했던 글이었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다가 내가 쓰지 않은 뒷부분을 발견했다. 내가 쓰다만 글 뒤로 짤막한 다른 글이 이어졌다. 글을 쓴 사람은 13살 내 아이였다.


다섯 문장을 읽는 순간 엄마는 또 울어버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도대체 아이가 언제 이 글을 썼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아... 그때였다. 쓰레기를 같이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 아빠 이야기가 나왔었고 집으로 돌아와 왜 내가 아이와 단 둘이만 살게 되었는지를 처음으로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아이가 친구처럼 느껴져 그날은 제어할 수 없이 내가 겪었던 고통들을 아이 앞에 이야기했고 말하는 과정에서 그때 그 시절의 힘듦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 내가 내 마음 편하자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섣부르게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뒤늦은 후회도 밀려왔다. 아이말처럼 비밀의 문이 열렸는데 아이는 괜찮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기분보다는 엄마인 나의 기분을 걱정하며 뭐든 돕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곱씹으니 그 따뜻한 마음에 심장이 아린다.


거실에서 눈물을 훔치는데 건너편 방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도 코감기 걸렸어? 물 갖다 줄까?”

자기도 비염처럼 하루 종일 콧물을 흘렸으면서 또 엄마 걱정이다.

“밤이 되니 찬바람 때문에 그러나 봐. 엄마가 가져다 마실게.”

둘만 사는 작은 우리 집. 하지만 그 안에는 지구인이라기에는 너무 마음씨 착한 아이와 그 아이의 사랑을 받는 엄마가 살아 그 어느 집보다 따뜻하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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