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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은 맞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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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Oct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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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갈 곳이 있어."
"갈 곳? 어디?"
오름 등반이 끝나고 당연히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갈 곳이 있다고 말하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오징어 먹으러." 이 외딴곳에서 난데없이 오징어라니. 친구가 의아해하는 틈을 타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경쾌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친절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진짜 가냐고 하는 친구의 눈빛이 얼굴에 강하게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이 근처에
오징어 준치를 맛있게 구워주는 곳이 있대. 내가 살게 가자." 사실 현금만 받는다는 말을 들어서 미리 현금도 바지 뒷주머니에 준비하고 왔다.
오름에서 5분 정도가니 멀리서도 어딘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풍경이 보이고 작고 야트막한 가게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었다.
"제주도에 이런 곳이 있었어?" 의외의 장소에 친구의 눈이 커진다.
가게는 여느 시골 가게만큼
작은 가게였고 가게 앞으로 5-6개의 테이블이 있어 먼저 온 사람들이 오징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계산을 하고 옆을 보니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반건조 준치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몸이 먼저 반응한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이고 빨리 먹고만 싶어 진다.
잘 구워진 오징어를 떼어내 한 입
베어 무니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고소했다. 그냥 맛있다는 말보다 다른 말로 이 맛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저 맛있다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먹어본 이 세상 오징어 중에 이게 제일 맛있다."
"나도 그래.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오징어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역시 음식은 맛있다고 맞장구치면 더
맛있어지는 것이 맞다.
바다를 바라보며 낡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오징어 하나, 맥주 한잔 마시니 행복이 별거인가 싶다.
이 가게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가게였다. 프로그램 내용을 보고 어떻게 나는 제주에 살면서도 저런 곳을 모르나 싶었다.
앞으로는 이런 곳들을 맞장구 잘 쳐주는 친구를 데리고
종종 찾아다녀봐야겠다.
가는 것은 번거롭지만 막상 가보면
공간들만의 낯선 냄새
, 맛, 빛이 삶의 재미를
주
기 때문이다.
아... 몇
마리 사고 올 것을 그랬다. 쓰고 있는데 또 입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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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곡점마다 답을 책에서 찾고 글을 쓰며 우리 엄마는 울트라레어 엄마라고 말하는 16살 남자 지구인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였다가 어쩌다 지금은 장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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