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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14. 2022

사람이 주는 따뜻한 온기

아이가 어릴 적에는 나와 어디든 함께 다녔다. 혼자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라 학교 회식에도 동료 선생님들의 배려와 초대로 항상 함께 가곤 했다. 어딜 가서도 누구와 잘 어울리고 잘 먹었던 아이는 회와 산 낙지까지도 아무렇게 않게 먹는 어린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엄마 혼자 다녀오라며 같이 가기를 싫어했다. 특히 시골 작은 학교에 있을 때와는 달리 큰 학교로 옮기게 되면서 가게 되는 모임이나 회식자리에는 말을 꺼내자마자 자기는 안 가도 되지 않겠냐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했다.


그런데 6학년이 되어서도 프리패스처럼 같이 가주는 모임이 있다. 아이가 유일하게 이모라고 부르며 따르는 후배 부부다.

"이모랑 삼촌이 너 보고 싶대."

"그럼 갈게." 역시나 그 부부는 프리패스다. 후배 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 아이도 느낌이 남달랐는지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오랜만이네. 이렇게 같이 가는 거." 아이랑 늦은 저녁 동네 길을 같이 걸어보는 게 아이 말처럼 오랜만이었다.


두 달여 만에 만난 후배 부부는 아이를 보자마 몸을 뒤로 젖혀가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이젠 어린이가 아니네. 언제 이렇게 컸어!"

"사춘기의 상징 여드름도 났구나!"

아이가 7살 때때부터 봐온 부부는 더 이상은 어린이 티가 안나는 아이의  다소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놀라는 반응에 아이가 부끄러워할까 봐 아이를 곁눈질로 쳐다보니 아이는 부끄러운 내색도 없이 연신 싱글벙글이다. 후배가 갑자기 아이에게 케이크를 건넸다. 아이의 생일을 기억해서 케이크를 일부러 사 온 모양이었다. 매년 아이의 생일을 기억해서 챙겨주는 후배가 무척이나 고맙다.


참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도 종종 대화에 끼어들며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엄마 옆에 앉아만 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새삼스럽다.

"그나저나 엄마 이제까지 말한 두 잔만 먹었어

할 때 두 잔이 이 잔으로 마신 거였어?"

아이의 귀여운 잔소리가 오늘따라 더 반가웠다.

 

나오는 길에 후배 남편과 아이가 나란히 서게 됐다. 남자 어른 옆에 서니 이젠 정말 어린이 티가 나지 않는다. 옆에 선 김에 사진을 찍어주었다. 둘의 얼굴이 세상 행복해 보인다.

아이와 나. 단둘이 사는 우리 집은 대체로 조용하다. 서로에게 화낼 일도 싸울 일도 둘이기에 많지는 않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유쾌한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는 한없이 더 밝아지는 것 같다. 부모가 줄 수 없는 사랑을 착한 다른 사람들의 온기로 아이는 충전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선물로 받은 케이크를 아침부터 아이와 먹었다. 달콤한 케이크의 생크림이 오늘따라 더 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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