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내가 만나는 인연들은 늘 기대치 않은 상황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운명이니 필연이니 하는 말로 조금 더 멋있게 꾸며 보지만 느닷없이 내 인생에 불쑥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내 앞에 나타나는 책과 음악도 그랬다. 뭔가 고민거리가 있어 도서관이나 서점 책장을 어슬렁 거리던 내게 딱 맞는 책이 눈에 띄고, 우연히 랜덤 플레이로 배경처럼 듣던 음악에서 가슴이 떨리는 음악 한 곡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우연들이 차곡차곡 모여 그 사람의 인생이 조금씩 변주되며 재미있어진다.
몇 달 전 현직 교사가 쓴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를 읽었다. 글에 소개된 재즈 뮤지션의 음악을 하나씩 찾아들어봤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를 그렇게 알게 되었고 그렇게 재즈가 내게로 왔다.
재즈는 지친 몸을 소파에 파묻고 있는 나와 저녁을 먹고 뒹굴거리는 아이가 있는 집의 공기를 바꿔준다. 신나는 재즈 음악에 맞춰 아이는 말도 안 되는 몸짓을 하기도 하고, 잔잔한 재즈음악은 순식간에 내가 제일 하지 못하는 멍 때리기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생각의 파편들을 버리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 마음으로 보는 책은 조금 더 선명히 들어오고, 끄적여보는 글은 어지러운 감정들이 재즈라는 체에 걸러 편안해진다.
재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니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들을 찾아보게 되고 일부러 가보기도 한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관심이 가고 꽂혀있는 음반에 눈이 한번 더 간다. 우연히 커피 한잔 마시러 들어간 카페에서 LP 음반을 골라 처음으로 턴테이블에 넣고 들어 봤다. 그 순간은 오로지 음악과 나만 있는 것처럼 이유 없이 좋았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하나의 오류다." 니체의 이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