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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25. 2022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13살 지구인 이야기(78)

올해 남은 날짜를 헤아려보니 열손가락보다 적다. 이 즈음이 학교는 제일 바쁜 시기이다. 학생들 학년말 성적정리에 업무 마무리에 각종 결과 보고서 제출, 각종 의와 워크숍까지. 출근하면 금세 퇴근시간이 되는 하루의 연속이다. 신입생 등록까지 겹쳐 교무실에서 생활하는 나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두 달 넘게 매일 글쓰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일상도 틀어지고 매일 저녁을 먹으면 쓰러져 자는 하루가 일주일이 이어졌다. 일을 하는데 하면 할수록 무기력이 찾아온다.


"악!" 저녁을 먹고 지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몸을 옆으로 트는데 오른쪽 등 근육이 찌릿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통증이 시작되어 몇 분을 그 자세로 엎드려 있어야 했다.

"엄마 괜찮아?"

"응. 지난번 아팠던 곳이 다시 아프나 봐."

지난여름, 오른쪽 등부터 가슴까지 통증이 심하게 생겨 병원을 찾았더니 자세 문제라며 일할 때 의식적으로 바르게 일하고 컴퓨터나 책 등을 지나치게 오래 보지 말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었다. 바쁜 연말이다 보니 이것저것  무리가 갔는지 다시 그 부분에 통증이 시작된 모양이다.

아파서 엎드린 나를 아이는 사뭇 심각하게 지켜봤다. 통증이 가라앉아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순간 엄마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내 심장을 그대로 관통해서 지나갔다. 이 통증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이제 괜찮아. 고마워."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괜찮다고 웃어주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정말 등 통증이 조용히 사라졌다.


아이는 늘 이랬다. 엄마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느껴주고, 거친 생각들이 일어날 때면 따뜻한 말 한마디로 나를 지켜주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는지를 아이를 보며 항상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아이의 존재 자체는 내게 큰 위로가 된다. 삶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할 때 생을 유지할 힘을 얻는다고 한다. 아이가 건강한 어른이 될 때까지 따뜻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고자 하는 내 목표가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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