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무작정 떠난 말레이시아

난 한국과는 맞지 않아..

by 내향적 자유인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말레이시아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 3년정도 거주한 경험을 기반으로 말레이시아 생활에 대한 장점과 단점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장점1

한국인으로서 부유한 삶을 체험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

: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싱가폴 못지 않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들중 하나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은 현지인들에 비해 보수를 잘 받는 편이다. 경력이 없는 대졸자의 경우에도 한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한화 기준으로 최소 200만원 이상은 받는다(말레이시아 현지인은 나름 좋은 대학을 나와도 현지에서 첫 월급이 100만원정도이다).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기준으로 도심 한복판에 수영장+헬스장 호텔 급 시설이 갖춰진 10평남짓 스튜디오 기준으로 월세가 50만원 정도이며, 쇼핑몰에 갖춰진 고급스러운 식당들 조차도 1인당 메뉴값이 평균 5천원 정도이며 음료까지 포함해도 왠만해서 1만원이 넘지 않는다. 그리고 도심내에서 택시를 한번 탈때 가격 역시 보통 5천원이 안넘는다. 이렇다보니, 현지에서 굳이 사치를 하지는 않는다면, 적당한 수준에서는 충분히 돈 걱정없이 살아도 월급의 반정도는 남는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에 사는 한국 교민들(예상외로 꽤나 많다)은 재태크와 같이 돈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돈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한국에서처럼 ‘꼭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생각 조차 잘 안드는 환경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단점1

자칫 인생에 대해 무료함이 들 수 있다

: 한국에서 항상 목표 의식을 가지고 사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같은 환경에 놓이면 처음 몇달간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실제로 처음 넘어온 한국인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10명중 9명은 처음 몇달간은 이곳을 모두 천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레이시아에서는 딱히 동기부여가 될만한 것이 없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국인이 필요한 직군들이 보통 정해져있다. 그런 직군들은 사실 많은 경력이나 특별한 스킬이 필요치 않다. 그러다보니, 경력이 많은 사람이나 특정 학위가 있다고 해서 받는 급여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장점이자 단점인 이유는, 관련 경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소 급여가 높은 편이지만 반대로 경력이 많거나 특정 학위가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 천장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보통 월급 300~400만원 전후 — 현지 물가 수준으로 환산해보면, 이 정도가 한국의 월급 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에 살면 참 인생에 걱정이 없으면서 동시에 매너리즘이 생길 수 있다. 이 점은 어떤 이에겐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큰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나에겐 인생과 행복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계기가 된 좋은 기회였다.




장점2

다양한 국적,문화의 사람들과 섞여 살며 관점이 넓어진다

: 말레이시아는 중국계+ 인도계+말레이 현지인+ 외국인이 섞여 사는 특이한 나라이다. 외국인은 유럽이나 호주등에서 온 백인들부터 일본인, 한국인들 역시 섞여있다. 예전에는 싱가폴에 몰려있던 외국인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로 많이 넘어온 이유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수도내 몽키아라(코리안 타운)은 실제로 현지에서 제일 부촌에 속하며, 그 동네를 걸으면 여기가 외국인 지 한국인 지 모를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인들도 많이 있어서, 나 역시도 일본인 친구들이 꽤나 있었다. 보통 한 기업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채용을 하다보니 서로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한 팀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없어 외로울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인 채용을 하는 회사들이 많아 주말 도심내 쇼핑몰을 걷다보면 한국인 무조건 1명 이상은 마주칠 정도로 한국인도 많다. 이렇다보니, 한 나라에 살면서 굉장히 다양한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고 그들과 관계를 가지고 살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이 주어진다.




단점2

이슬람 문화권의 한계

: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국가 종교인 나라이다. 비종교인으로서 이슬람 종교가 안좋은 점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음식. 돼지고기를 못먹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음식 맛에 돼지 기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된다. 그리고 닭고기도 생각보다 퍽퍽하고 맛이 없다. 물론 가격이 좀 있는 식당 위주로 다니다보면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곳들도, 음식이 맛잇는 곳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현지 음식은 전반적으로 맛이 없는 편이다. 아 참, 그리고 이슬람은 술을 금지하다보니 술값 자체가 비싸다. 맥주 한잔 기준으로 4~5천원 정도는 하니 현지 물가 수준으로 굉장히 비싼 편이다. 그리고 2~3시간에 한번 꼴로 종교 방송이 울린다. 이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싸이렌과 같은 크기로 종교 방송이 매일 수차례 10분정도 지속되는데, 첫 방송은 새벽 6시쯤 울리는데 이 소리때문에 주말에 낮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집을 구할 때, 이 방송의 근원지인 모스크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을 위주로 찾기도 한다(그래도 안들릴 수는 없다).




장점이자 단점3

하나의 계절뿐인 나라

: 말레이시아는 여느 동남아와 같이 우기와 건기는 있지만 온도는 거의 20~30도 사이로 일정한 편이다. 이것의 장점은, 옷이 많이 필요가 없다. 1년내내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지내다보니, 매 시즌 새로운 옷을 쇼핑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녀야하는 외국인으로서는 짐가방이 작아진다는 점이 굉장히 장점이다. 그리고 1년 내내 몸을 드러내는 날씨이기에 자연스럽게 몸 관리를 하게 된다. 단점은, 사계를 겪지 못하니 시간 감각이 좀 둔해진다. 봄에 피는 꽃, 겨울에 내리는 눈,, 이런 광경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장점이자 단점4

월루 마인드가 디폴트인 나라

: 처음 말레이시아에 넘어왔을 때 좀 당황했었 순간들이 꽤나 많았다. 1달에 1개씩 갱신되는 병가를 매달 주말에 붙여서 쓰는 문화(말단 직원부터 매니저들까지 모두), 일이 없을 땐 상사 눈치보지 않고 대놓고 딴 짓하는 문화 등등 전반적으로 커리어에 큰 욕심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 한다. 이런 문화에 적응하면 일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까먹을 정도가 된다. 직장에 출근하는 이유는 그저 다른 동료들과 수다떨고 간간히 일도 겸사겸사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죄책감이 들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많은 업무와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지친 상태로 넘어간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장점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반면, 한국 특유의 완벽주의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환경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근로자의 입장이 아닌, 고객이나 소비자로서 느리고 답답하며 실수도 잦은 서비스 수준을 감내하며 살아야하는 단점도 있다.




장점이자 단점5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배우기 좋은 나라

: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이 사는 나라이다보니, 싱가폴처럼 영어가 거의 제2 모국어 수준으로 잘 통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중국계가 많아 중국어도 자연스럽게 배우기 쉬운 환경이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 가정들은 이런 교육 목적으로 자녀를 말레이시아에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은 말레이시아의 영어는 싱가폴의 싱글리시와 같은 수준으로, 사실 우리가 익숙한 영미권의 영어와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정통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언어는 소통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깨우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단점이자 장점6

없는 게 많다

: 말레이시아에는 생각보다 없는 것들이 많다. 올리브영같은 화장품을 사기 편한 곳도 없고, 하루이틀이면 배송이 오는 쿠팡도 없고,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디저트들을 파는 카페 조차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이것 역시 장점이 될 수 있다. 사업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나였지만, 말레이시아에 사는 동안 ‘이 사업하면 잘될텐데’ 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말레이시아도 빈부격차가 크다보니 소비력이 좋은 사람들은 한국 못지 않게 많지만, 그 니즈들을 충족시킬만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인건비(1명당 30만원정도)와 같은 사업 관련 필요 자금도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라, 작은 자영업이라도 큰 위험부담없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환경일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소박한 은퇴 계획들중 하나로, 자의로던 타의로던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면 말레이시아에 다시 넘어가 한식당이나 운영하며 용돈벌이하면서 중년이후의 인생을 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단점이자 장점7

말레이시아는 생각보다 이쁜 관광지가 없다

: 코타키나발루(KL와 거리가 먼 다른 섬이다보니 거리상 다른 나라라고 보면 됨)를 제외하고는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그닥 이쁜 바닷가나 관광지가 없다. 그래서 KL에서 생활하다보면 KL 도시밖을 잘 안나가게 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여행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싱가폴 1시간, 인도네시아까지 2시간, 베트남까지 3시간, 태국까지 4시간, 호주까지 6시간 (심지어 왕복 30만원대라는..). 말레이시아가 에어아시아의 본국이라, 왕복 10만원대부터 최대 30만원정도면 주변에 갈만한 나라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현지 가격보다 주변 나라 물가가 더 저렴한 편이라, 자주 가는 사람들은 한달에 한번씩 주말껴서 2박 3일씩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상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들을 쭉 나열해 보았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말레이시아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름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과 사업 기회들이 많은 나라이다보니, 많은 한국인들이 알게 모르게 접하는 나라인 것 같다. 그들과 말을 하다보면 한가지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은퇴하면 말레이시아에 넘어가 다시 걱정없이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말레이시아의 삶 역시 다른 외노자의 삶처럼 단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 편안 삶만큼은 보장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걱정없이 살 수 있다는 게 단순히 머릿속의 이상이 아닌 현실로 살아갈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준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라도 말레이시아 거주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맞지 않아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인생에 한번쯤은 꼭 한번 경험해보고 오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한국에서만 살면서 몸에 길들여진 완벽주의와 그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을 다른 시각에서 놓을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인생에서 꼭 거창한 목표없이 편하게 사는 것도 어느 문화권에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일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줄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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