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사유를 부업(?)으로 하는 평범한 30대의 고백
나이가 들어가며 어린 아이처럼 아무 합당한 근거없이 낙천적인 것만큼 부러운 성격이 없는 거 같다. 세상 살면서 여러 일들 있을 수 있는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해답이 보이지 않아도 낙천적이고 웃어 넘길 수 있는 거. 밝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평생을 배워야할 공부와 같이 어렵게 느껴진다. 근데 그런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부모님에게 배운 걸까? 나도 부모가 된다면, 자식에게 틀에 박힌 교육보다 그런 낙천성을 가르쳐 주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고, 매순간 웃음을 잃지 않는 능력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이 세상에 마냥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모두 양면성이 존재한다. 무력함에 빠졌을 때야말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차피 인생의 대부분의 것들은 실제로 내가 취한 행동의 결과가 아닌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물론 나의 행동도 작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은 운이 좋아서 그랬다. 앞으로도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그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는 거 같다. 그들은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노력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생에서 파도가 칠 때 파도에 맞서 싸우는 자세가 아닌, 들이닥치는 파도들을 유연하게 타고 흘러갈 수 있는 자세를 갖게 한다.
모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뜻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 장기적 관점과도 연결되는 게 있다. 우리 인생은 뒤돌아보면 마치 모든 게 마땅히 일어나야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 순간엔 남들은 물론 나 스스로도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선택과 실수는 그 덕분에 배운 교훈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처럼 결국은 순리대로 이어질 것인데, 특정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특정 미래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발생하는 사건의 순서는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측될 수 없어서 재밌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긴 시계열에서 순리는 작동할 것이다. 짧은 시계열에서는 잠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때 지쳐서 좌절하거나 비관적인 자세를 고수하지 않기를. 우리가 해야할 것은 올바른 방향키만 쥐고 있으면 된다. 그것 말고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돌려받는 마음들이 좋다. 그냥 지나가면서 건네는 말들 하나하나 마저도, 그게 모두 헛되지 않았음을 이제는 안다. 미국에서 지낼 때 가장 좋아하던 "pay forward" 라는 영어 표현이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선의를 베풀고 그에 대한 되갚음의 표현인 "pay back" 과는 달리, 누군가 선의를 베풀기 전에 내가 선의를 미리 베푸는 행위를 의미한다. 어느 샌가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과 위로를 베풀 때, 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돌려받을 걸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나처럼 무조건적인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으면 한다. 그렇게 사회가 조금씩 밝아지고 사랑이 순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내 주변이 조금 더 밝아졌다는 그 느낌만으로 선의를 베풀 이유는 충분하다.
결국은 어떤 순간에서도 약자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회적인 약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대신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땐 그저 내가 잘나보이고 싶어서 성공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 생각이 남은 인생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책에서 사람은 가진 것만 나눠줄 수 있다는 문구를 보았고, 그후로 그 문구는 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그 가짐의 대상이 돈이던 사랑이던 여유던 지식이던 삶의 지혜던 상관없다. 하늘이 내려준 내 숨겨진 재능을 살려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실질적으로 누군가를 응원해주고 때론 위로해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삶의 목표와 방향들은 결국 무언가를 향한 사랑 어린 시선과 마음에서 출발하고 끝나야만 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순수하게 그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부족한 것이 보이더라도 그 사람만의 속도로 배워가는 거라며 참견하지 않고 지켜봐줄 수 있는, 동시에 상대의 결정을 모두 존중하며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설령 그 결정이 포기나 도망치는 것이더라도. 살면서 때론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것만큼 용기가 필요한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