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둘기 Apr 23. 2022

#07. 우리가 편집이라고 부르는 것들 : 가편집

서울에서 드라마 편집하기

순서 편집이 완료되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편집 작업이 시작된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빈 커피잔이 쌓여있는 편집실에 혼자 남아 작업에 집중하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 드라마 감정선들은 항상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다. 우리들은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것들을 잡아서 끌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인물들의 운명들을 우리가 결정지어야 한다. 모든 편집 공정들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겠지만, 가편집을 하는 시간이야말로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객관화 시키고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들을 통해 수많은 선택들을 결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작업 초반에는 디테일을 잡아가기보다는 OK 컷들로 러프하게 붙여본다.
중후반으로 진행될수록 디테일을 잡아가면서 흩어진 감정들을 쌓아간다
에피당 최소 10개의 수정된 시퀀스가 사용된다

편집을 하다 보면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본 것처럼 어색할 때가 있다. 지금은 이 감정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또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편집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수많은 선택과 고민이 왔다 갔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파일 관리도 매우 중요한데, 이전 포스팅에서 다뤘던 데이터 백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퀀스 백업도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시퀀스로 작업을 하게 되면 수정을 하게 되었을 때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백업된 시퀀스가 있다면 언제든지 이전 작업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다만 주의할 점은 무분별하게 시퀀스를 백업하게 되면 작업 시퀀스를 못 찾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편집은 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자르고 붙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린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어떤 워크플로를 생각해야 되는지,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해야 되는지, 어떻게 해야 편집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상은 이제 누구나 쉽게 접하고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자세로 영상에 접근하기보다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

어려울 것 같은 단 체신 편집. 단계별 디테일 작업으로 쉽게 편집이 가능하다. (영상) / 출처: 오피스 워치 3 (콬티비)

단체씬을 앞두고 벌컥 겁부터 먹는 에디터들이 많다. 등장인물 수가 많을수록 편집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수월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처음엔 대사 위주로 러프하게 붙이며 전체 흐름을 본 뒤, 씬에서 중요한 인물들 위주로 먼저 디테일을 잡아 씬의 중심을 세운다. 그리고 적절한 리액션과 컷의 리듬을 통해 디테일을 잡아가면 된다. 파인 편집에서는 이런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연출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온전히 에디터가 집중할 수 있는 가편집때 작업이 가능하다. (물론 파인 때도 디테일을 잡을 수 있지만 에디터의 방향을 담을 수 있는 건 가편집때 뿐이다.) [영상보기]

가편집이지만 마스터본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내레이션 및 CG 가이드 / 출처: 와이낫미디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비록 수정이 필요한 가편집이겠지만 항상 최종 마스터본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내레이션이 있다면 오디오 소스도 올려보고, CG가 있다면 레이아웃 정도는 잡아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디테일한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편집이 끝나면 관련 부서들에게 가편집본을 배포하여 피드백(해외 유통 및 광고 관련)을 받아야 하는데 위와 같은 가이드들은 모든 부서들에게 동일한 작업 목표를 설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소통하기에도 유용하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가 시작되면 편집팀에서 그 뿌리를 내리며 본격적인 후반작업이 시작된다. 그만큼 편집은 드라마 제작,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순서 편집이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었다면 가편집은 중심축을 세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중심이 쓰러지지 않게 디테일 작업이라는 버팀목을 주위에 세우며 더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시작되고, 책상에서 끼니를 때우겠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무언가를 느끼거나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그게 작품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필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집 작업의 일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편집의 재미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06. 우리가 편집이라고 부르는 것들 : 순서 편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