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드라마 편집하기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드라마 편집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프리랜서의 경우라면 바로 일을 구해야 되겠지만, 편집팀에 소속된 에디터들은 1주에서 2주간의 리프레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스케줄 관계로 연달아 작품이 들어오게 되면 간혹 휴가를 미루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한 작품을 끝내고 리프레시 휴가를 다녀온다.
휴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작품이라도 에디터가 온전히 받아들이는 스트레스나 긴장감, 부담감들은 단편, 장편을 떠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오염된 눈의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럼 우리들은 작품과 작품 사이. 그 쉬는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될까?
그리고 무엇을 대비하여야 하나?
1. 복기하기
바둑 대국이 끝나고 두었던 순서대로 다시 두어보는 것을 복기라고 한다. 바둑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편집 작업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에디터들은 자신이 작업했던 것을 한 번 더 보면서 부끄러움과 후회를 느껴야 한다. 분명 부끄러움과 후회의 고통들이 있겠지만 참아내야 한다. 그것들을 헤집어보고 뜯어봐야만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복기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것은 경험이 되고, 경험이 쌓여 프로가 된다. 만족한 작품, 아쉬운 작품 가리지 말고 모든 작품은 복기를 해야 한다. 긴장을 유지해야 되는 프로젝트 기간보다는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 복기하는 것이 좋다.
어찌 보면 사람의 인생과도 같다. 돌아보고 후회하고 다시 고치며 살아가는 것. 복기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자.
2. 잠깐 멀리하기.
긴장감을 유지한 채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지나 작업이 끝나는 날이 온다. 이때 작업이 힘들어서 또는 긴장감이 풀려 편집에 대해 싫증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 이상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말이다. 에디터들은 이런 부분을 조심하여야 한다. 작업이 고통스럽다고 편집 자체를 싫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 해 먹어야 한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우리는 편집과 잠깐 멀리해야 될 필요가 있다. (물론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그동안 미뤘던 청소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편집에 대한 갈증을 다시 한번 느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책 한 권 들고 템플 스테이를 다녀올 계획이다.)
3. 레퍼런스 서치
에디터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연출자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전혀 다른 자극을 느껴야 될 필요가 있다. 영상보다는 독서를, 그리고 사진이나 그림을 접하며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대신하여야 한다. 분명 책에 글자를 통해서도 리듬을 느낄 수 있고,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서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드라마 편집은 감정을 가지고 노는 작업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수많은 종류의 감정들이 떠다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찾을 때는 영상에만 국한되어 있지 말고 다른 카테고리의 감정들도 함께 공부하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감정의 경험들이 담겨있는 레퍼런스들을 머릿속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뒤, 작업할 때 하나하나씩 꺼내 쓸 수 있도록 하자.
영상언어가 가득한 요즘 시대에는 상상력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스스로 상상하는 것이 아닌, 그저 만들어진 대로 보고 듣고 그게 다인 것 같다.
책과 그림을 보며 상상하는 것처럼. 드라마 편집도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보다 중요한 것.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필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집 작업의 일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편집의 재미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