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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둘기 May 14. 2022

#09. 편집보다 더 중요한 것들 : 일과 삶

서울에서 드라마 편집 하기


드라마 편집은 일과 삶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한 작업의 연속이다. 일의 특성상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잦아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의 작업 성향이 어떠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의미 없는 야근을 하기보다는 업무시간 동안 집중하여 끝내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발동 걸리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스타일인지 먼저 확인을 해본다면, 앞으로의 스케줄 관리에 있어서 방향성이 확실해질 것이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밤이나 새벽에 슬슬 올라오는 편이어서 낮보다는 어둡고 조용한 밤에 집중이 더 잘 되는 편이다.



아직까지 편집이라는 것은 오랜 고민을 통해 하나의 드라마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깊숙한 내면에 숨어있는 감정이라는 것은 짧은 시간 내에 훅 하고 쉽게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감성에 빠지도록 스스로 몸을 던져야 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낮보다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들이 정답이다.) 아니면 무식하게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맞는지 모르겠다면 일단은 무식하게 해보자. 그럼 자신의 성향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업 성향을 파악했더라도 스케줄이나 제작 환경에 의해 일과 삶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제시간에 작업을 마쳤더라도 불가피한 일들은 갑자기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제 막 편집 일을 시작한 후배들에게는 일과 삶의 경계를 굳이 나눠야 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신입일수록 이런 경계는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지 편집이 좋아서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푹 빠지게 되는 그 미친 열정들이 (약간 제로 영역 같은) 일과 삶의 경계를 따지다 보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따지면서 본인의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 결정과 고민의 깊이가 아직까지 얕은 신입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능력을 인정받는 위치가 되어있을 때는 무엇보다도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명확하게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일과 삶, 두 개를 장악한다는 느낌으로 조화롭게 사용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일할 때는 삶을 약간 포기하는 스타일이다. 작업이 끝나면 리프레시 휴가가 있기 때문에 작업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영상 관련 일들은 사람을 갈아서 결과물을 만든다고 한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보다는 결과물을 더 중시하는 게 현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 프로덕션끼리 연합을 만들어서 야근, 주말 출근 등 업무시간에 관한 캠페인도 했었지만 현실상 이뤄지기가 참 힘들다. 안타깝게도 책상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예전보다는 환경들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의 목숨과 좋아진 업무환경과 맞바꾼 것 같아서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다.

일과 삶. 우리는 그 둘 중에 무엇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까?

영상인의 한 구성원으로서 항상 고민하는 문제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필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집 작업의 일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편집의 재미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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