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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둘기 Mar 08. 2022

#02. 70살까지 편집하기(2)

서울에서 드라마 편집 하기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여름에 친구들과 계곡에 가서 물놀이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래도 물은 무섭다. 어렸을 때 물에 빠졌던 기억이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좁은 목구멍으로 물이 밀려들어 왔던 그때의 공포를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 난 익수자의 삶을 살아갔던 것 같다. 눈과 귀는 어둡고 깜깜했다. 주변과 나를 비교할수록 한탄과 자괴감이라는 검은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배는 불러왔고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깊은 곳으로 점점 빠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단 하나. 깊은 물속 끝엔 바닥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드라마 편집을 하다 보면 간혹 두렵고 외로울 때가 많다. 혹은 매너리즘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를 깊게 빠지도록 놔두어야 한다. 단, 지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저 아래에는 바닥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바닥을 치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드라마 편집은 몇 번이고 물에 빠져야 하는 아주 고된 작업의 연속들로 가득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신나는 물놀이로 보일지 몰라도 우린 이 힘든 고통을 버텨내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것들이 우리를 물 밖으로 꺼내 줄 수가 있다.


이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나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는 갈등과 선택들이 너무 많았고,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현재를 버티는 것도 꽤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남들이 보기에 겉은 좋아 보이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는 그럴 때일수록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미래를 아는 것,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 그래야 우리는 힘들어도 70살까지 편집을 할 수가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필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집 작업의 일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편집의 재미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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