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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걷다가

by 동글이

집 가는 길에 들은 대화, 50살쯤 보이는 중년 남성, 두 남자가 나눈 대화가 스쳐 지나가는 행인이었던 내 귀에 꽂혔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나이 먹는다고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 그런데 결론은 나겠지, 결론은 난다.

해결되는 건 없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결론이 난다는 저 말이 마음에 박혔다.

어릴 때는 무서워서 도망갔고, 지금은 나이로 단정을 지으며 결론을 내린다. 모든 걸 버리고 새롭게 하는 사람들, 틀에 갇혀 정해진 안정적인 방향을 답습하는 사람들, 나는 변하지 않는다. 좋다가도 싫다.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다. 기록 속에서 나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하지 않았다. 또다시 걷는다, 가끔은 뛰지만 지구력이 약해 금방 걸어간다, 자전거를 탈 때도 있지만, 금방 또 흥미를 잃는다. 모든 게 변덕이고 우물이고 나는 개구리고 돌멩이를 좋아하고 언제나 가만히 별을 보고 우주를 두려워하고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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