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칩거 생활은 날씨 조차 무감하게 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반전적인 날씨여야 변화를 느낄 정도이다. 마치 동굴 속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백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데... 그래도 호랑이는 답답하다고 그 동굴을 뛰쳐라도 나갔다던데... 코로나 19로 인해 백일이 훌쩍 넘은 칩거 생활을 하면서 나는 종종 단군신화를 떠올린다. 이 시점에서는 뛰쳐라도 나가는 호랑이가 부럽다. 우리는 뛰쳐나갔다가는 확진자가 되어 돌아와 모두를 무너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칩거 생활로, 주어진 공간에서 격렬하게 생활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니 아이들을 위해서 이유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여건을 십분 이용해 보기 좋게 포장해야만 하는 엄마이다.
이러한 과정은 어떤 면에서는 가족 구성원 각자를 성숙시키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다시금 서로에게 피알하는 시간이 되었다고나 할까? 큰애는 경쟁의식이 남달리 뚜렷해 아침 8시부터 온라인 수업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반에서 1등으로 수업을 마치겠노라는 계획에 도립 했고, 둘째는 꼼지락꼼지락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끝까지 완성하여 아빠든, 오빠든, 엄마든 짠~하며 깜짝 선물하는 이벤트를 매일 준비하는 성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남편은 고맙게도 늘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여 되도록 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아주 배려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나는 나의 모든 재능, 재주, 끼, 그런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을 꾹꾹 눌러 내려놓고 아이들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야만 하는 시기니까 그러기로 노력하고 있다. 모든 엄마들처럼...
서희가 다가왔다.
"엄마, 짠!"
"어머, 이 그림은 뭐야?"
"엄마가 가고 싶은 카페야~ "
오늘의 이벤트 대상은 나인가 보다.
서희의 그림을 받아 들고서 나는 목소리 톤을 높여 호들갑을 떨었다.
"고마워. 서희야, 컵 색이 정말 마음에 든다. 너무 예쁜 색의 컵이야. 정말 잘 그렸어. 엄마 마음에 쏙~들어."
"엄마, 이건 핫도그고, 이건 삼각김밥이고, 이건 마카롱이에요."
엥? 나는 카페에서 핫도그도, 삼각김밥도, 마카롱도 안 팔았는데... 이 그림은 아마도 서희가 먹고 싶은 것들이 투영되었나 보다. 이렇게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피알하는 서희.
"엄마, 마카롱이 먹고 싶어요."
"어? 마카롱?"
"네, 미니미니 하고 예쁜 색 마카롱이요."
아이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또랑또랑했다.
반짝이며 바라보는 서희의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애써 눌러 놓았던 나의 날개가 살짝 파닥거린다. 그럼 도전해 볼까? 마카롱은 어렵다고는 하던데... 근데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 나도 할 수 있겠지!
"그럼, 미니미니 마카롱 만들어 볼까? 유튜브로 공부해야겠다. 그런데 말이야. 예쁜 색을 내는 건 색소라는 걸 넣어야 하는데,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면 그대로 나와서 먹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영양가가 없어. 그리고 사실 우리 집에 먹는 색소가 없어. 그냥 미니미니 마카롱은 어때? 대신 엄마가 만든 딸기잼을 넣어 딸기 마카롱을 하는 거야!"
"오케이~"이렇게 외치며 서희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손을 씻는 소리가 들린다.
마카롱의 윗면과 아랫면인 꼬끄도 만들고, 안에 들어가는 필링은 딸기잼을 이용해 만들어 딸기 마카롱을 만들었다. 마카롱을 만들면서 꼬끄 두 개를 짝을 맞추면서 서희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이건 작고, 이건 너무 커요."
" 잘 맞추어봐. 다 제 짝이 있어. 자 봐, 작은 건 작은 짝끼리, 큰 건 큰 짝끼리"
"아~ 그렇구나. 엄마. 내 짝은 주하예요. 7살이 돼서도 같은 반이 되어서 너무 좋아요. 빨리 주하가 보고 싶어요."
"그렇구나. 서희 단짝 친구 주하도 서희가 보고 싶을 거야."
"엄마, 단짝이 뭐예요?"
"아주 친한 사이가 단짝이야, 짝꿍 같은 거지."
"그럼 엄마 단짝은 누구야?"
"엄마 단짝?"
주부가 되어 내게 단짝이 있을 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통틀어 짝꿍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모두 주부가 되어 연락을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인데... 사실, 친구가 필요치 않을 만큼 나는 챙겨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가족이 있으니, 그 당시 그렇게 꿀 발라놓듯 달콤하게 딱 붙어 다니던 친구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서준이가 다가온다.
"엄마 단짝은 아빠야."
그렇구나. 나의 단짝 친구는 아침에 나가서 해가 떨어지면 들어오는 남편이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무뚝뚝한 단짝. 깔끔한데, 깔끔하지 못한 나라는 단짝을 만나 종종 잔소리를 하는 단짝, 그러나 그 잔소리도 나의 우렁찬 포효에 돌아앉는 단짝,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만나 함께 마시다가 화장실 줄행랑을 치는 단짝, 내가 정성스레 만든 요리에 화사하게 웃어주고,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는 단순한 나의 단짝, 집에 과일이 떨어져서 주지 못하면 삐져버리는 단짝, 함께 새차해주면 정말 행복해하는 단짝, 짖꿎은 장난을 짖꿎게 받아주면 킥킥 거리며 즐거워하는 나의 단짝.
오늘 나는 내 단짝에게 꼬끄 짝이 잘 맞는 마카롱을 주어야겠다.
아이를 위한 무색소 마카롱 만들기
꼬끄 만들기
아몬드가루 140g
슈가파우더 130g
달걀흰자(실온) 108g
비정제 사탕수수 가루 80g
꼬끄의 크기에 맞게 동그라미를 그려주세요.
요 크기로 꼬끄가 나올 거예요. 동일하게 그려주는 게 좋으니 동그라미 자를 사용하거나 동그란 물건을 올려서 그려봐요. 아이들이 한입에 쏙 들어가야 하니
저는 작은 동그라미로 했어요.
달걀흰자를 머랭을 쳐요.
설탕은 3번 나누어서 넣어요.
머랭이 저렇게 새부리처럼 되어야 완성이에요.
저기에 가루를 두 번 나누어 넣어요.
섞을 때 치대면 안돼요
부엌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어요.
여기가 어려워요~ 많은 유튜브를 보고 해 보세요.
꼬끄를 짜주어요.
아이들이 계속하겠다고 달려들어요.
혼내지 말고 그냥 맡겨요.
네모도 나오고
길쭉이도 나오고
제 각지 모양이 나오지만,
다하면 다 제 짝이 있다니 그게 신기해요.
꼬끄 짜기 완성!
저건 세 번째 판이에요.
첫 번째 판, 두 번째 판은 안 봐도 아시죠?
난리 났어요.
모양이 아주 창의적이거든요.
저렇게 그냥 말려요.
표면이 손에 묻지 않을 때까지
그냥 두시면 돼요.
가만 두어도 잘 마르니, 참 착해요.
이제 필링을 만들어요
앙글레이즈 버터크림
우유 54g
노른자 36g
무정제 사탕수수 가루 20g
무염버터 180g
노른자에 비정제 사탕수수 가루를 넣어 먼저 녹여요.
이것도 서희가 다했어요.
야무지게 쉭쉭 저어요~
살짝 데워진 우유에 섞은 것을 넣고 계속 저여요. 5분 넘게 저어요. 불은 약하게 해 주세요. 타면 안돼요.
식으면 버터에 넣고 섞어요.
버터도 실온 21도까지 놓고 저은 후에 섞어주어야 해요. 이것이 제일 중요해요. 실온에 넣은 버터에 식은 사탕수수 계란 물을 넣는 것이 중요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