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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숲 May 22. 2020

엄마품을 닮은 포근한 카스텔라

  아이의 최고 아침밥은 엄마의 스킨십이다.


  아이는 엄마와의 이부자리 모닝 인사에서 인성과 품성이 크게 성장한다. 이런 이유에 아침 식사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아이와 함께 자던 방으로 다시 조용히 들어가 아이의 곁에 눕는다. 밤새 꿈나라를 여행하던 아이의 영혼이 돌아오기를 기다려본다. 아이의 자는 모습은 사람일 터인데도 너무 사랑스러워 밤새 새로이 만들어진 신비한 존재 같다. 부스스 눈을 뜨는 아이에게 뺨을 부비며 인사를 나눈다.


 "엄마의 가장 큰 선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요정 굿모닝이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면, 아이는 아기 때의 옹알이를 하듯 오늘의 첫마디를 옹알거린다. 아이의 어린 본성이다. 이런 순간 아이가 나를 답삭 끌어안아주면, 나도 찰나 어린아이가 된다. 아슴푸레 느껴지는 아주 낯익고, 아주 익숙한 이 느낌, 마치 내가 아이가 되어 어머니 품에 안기었던 어린 시절의 그때, 상당히 짙은 농도의 포근함이 나를 감싼다.


  그 순간 깨닫는다. 딸과의 사랑은 뫼비우스 띠처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와의 사랑에서 나와 나의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딸과 나의 사랑, 딸아이의 딸과 내 딸의 사랑, 이것이 바로 사랑의 파장이다.


  어렸을 적 나의 어머니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신 적이 없는 분이시다.  내 어린 기억이 그런 어머니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처럼 그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내가 엄마가 되면서 산산이 조각났다. 그렇게 포근하고 따뜻한 나의 어머니의 육아를 닮지 못한 나의 육아에 무안쩍어, 속없이 본업을 까맣게 잊고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아이의 서툰 모습을 마뜩잖아하고, 내가 피곤하면 아기의 생기발랄한 호기심에도 시들하게 대답하고, 아이의 의도적인 잘못을 추궁할 때는 서투르게 나온 대답을 덜미로 잡고 되물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아이가 다칠 뻔한 위험한 상황에서는 다치지 않았다는 안심과 더불어, 다소 화를 내기도 하고,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신경이 모조리 탕진해버린 뇌가 되어 더 격렬한 어세로 잔소리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나의 어머니께 더 자주 전화를 해서 SOS를 청한다.


"엄마는 우리 삼 남매를 키우면서 어떻게 한 번도, 화를 안 낼 수가 있었어요?"


그러면 수화기 건너편 어머니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화낼 일이 뭐가 있니, 너도 애들한테 화내지 말어라. 네가 욱하면 애들은 더 크게 욱한단다."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그러기가 종종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어머니의 육아와 닮기 위해 매일 반성하고, 매일 파이팅을 외치고, 구메구메 상당히 노력한다.


  어린 시절, 그런 평온한 어머니의 부엌에서는 종종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났다.

"와~ 맛있는 냄새다! 달콤한 냄새다!"  삼 남매가 우르르 몰려가면, 80년대식 둥근 찜기 모양의 오븐기에서는 카스텔라가 노릇노릇 익어갔다. 우리는 이게 웬 떡이냐 싶은 호강에 포근한 냄새를 풍기는 오븐기 주위에 둘러앉아 생글생글 웃던 기억이 난다. 그 추억으로 어디선가 노릇노릇 빵 굽는 따뜻한 냄새가 나면 나는 단박에 나의 유년시절의 카스텔라를 떠올린다. 그 시절 엄마품처럼 포근한 카스텔라가 내 삶의 인생 빵이 되었다.


  서희가 오늘은 야무진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클레이 놀이를 한다. 동글동글, 길쭉길쭉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완성했다. 작고 귀여운 손이 기막히다. 암만해도 서희는 손재주가 좋은 아이이다. 나 역시 고슴도치 엄마이다. 이런 고슴도치 엄마는 사랑스러운 아기 고슴도치에게 오늘 따뜻한 추억을 하나 선물하기로 했다.



"서희야, 엄마가 맛있는 카스텔라 먹고 싶은데 같이 만들래?"


"엄마, 나는 달팽이 카스텔라를 먹고 싶어요.!"


  빵에 'ㅂ'자도 모르는 나는 열심히 유튜브를 보며 생에 처음으로 카스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나 내 딸 아닐까 봐, 카스텔라가 오븐기에서 익어가는 냄새를 맡더니

  "아~ 달콤한 냄새가 나요. 맛있는 냄새가 나요. "

연신 이 말을 되풀이한다. 내가 어릴 적 그리 외치던 그 말이다.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어디선가 따뜻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지금의 나를 떠올려주겠지?'


나의 딸 서희에게, 나의 어머니에게 받은 포근한 사랑을 살포시 내리사랑 해 본다.   





추억의 선물

소프트 롤 카스텔라 만들기


달걀노른자 4개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 38g

소금 1g

꿀 8g

바닐라 익스트랙 2g

물 19g


달걀흰자(차가운) 140g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 70g

박력분 83g

식용유 42g


 

사각 오븐 틀에 맞게 유산지를 자르고

사각 오븐 틀에 버터를 발라요.

아주 신나게 발라요 ^^


유산지를 붙여요.

서희가 얼룩말 그림 같다고 하며

즐겁게 손으로 쓱쓱 ~~


노른자에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을 넣고 잘 섞어줘요.

저울로 사탕수수 원당을 재보는 걸 해보면서

참 즐거워해요. 숫자 개념을 키워줘요.



이제 흘리지도 않고, 제법 잘해요.

쉭쉭~ 아주 열심히 섞어줘요.

 

핸드 믹서기로 노른자를 잘 믹서 해요.

중간중간 물을 세 번 나눠서 넣어요.

이제 흰자를 머랭 쳐요.

흰자에 핸드믹서를 하며 사탕수수 원당을 두 번 나눠서 넣어요.

 머랭 치는 사이, 온라인 수업 듣던 오빠도 쉬는 시간이라며 와서 함께 해요.

머랭 완성이 되었어요.

 노른자 머랭과 흰자 머랭을 잘 섞어요.

그 위에 박력분을 체로 쳐서 넣어요.

눈이 내리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서희예요.


여기서 베이킹파우더 1g을 넣어야 하는데

초보 엄마는 그걸 빼먹고

아니... 모르고 넣지를 못했어요.

아쉬워요.

 완성된 카스텔라 반죽을 틀에 부어줘요.

평평하게 잘 펴줘요.

양이 많아서 작은 카스텔라 하나 더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예열된 오븐기 170도에서 30분을 구웠어요.


오븐기는 뜨거워서 가까이 가지 않게 해요.

한 번만 보겠다고 해서 보여줬어요.

냄새가 너무 달콤해서 좋다고 이야기해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서희에게 추억이 되겠지요?


 

광목을 물에 적시고 물기를 쭉 짜요.

카스텔라를 말 때 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준비를 하고 카스텔라를 기다려요.


카스텔라가 참 먹음직스러운 색으로 변신했어요.

이대로 먹어도 맛있겠지요?


역시나 종이에 붙은 카스텔라가 맛있어요.

서희가 종이에 붙은 카스텔라를 야무지게 뜯어서

맛보며 만족해하네요.

저는 어렸을 때 카스텔라에 붙은 종이를 씹고 씹고 씹었던 거 같아요.


서희는 그냥 카스텔라 빵

오빠는 딸기잼 카스텔라를 원해서

반반 달팽이 빵을 만들어요.

 이제 돌돌 말아요.

처음 말아 보아서 긴장했지만

유튜브에서 여러 번 아주 자세히 알려줘요.

광목천이 없으면 유산지에 식용유 발라서 해도 괜찮다고 해요.

광목에 말아서 잠시 두어요.

기다리는 동안 서희가 이리저리 만져보는데

그냥 두어요.

촉감이 부드럽고 좋아서 느껴보라고 했어요.


돌돌 말린 카스텔라 생각보다 작은 롤이에요.

그래도 아이들 사이즈에 맞아서 좋아요.

카스텔라 롤 케이크는 당연 우유와 먹으면

사르르 녹아 맛이 있어요.


추억이 추억을 대물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사랑으로 내리사랑이 되는 것은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도 발그레한 설렘과 기대감을 가져다줍니다.


그 힘으로 저는 오늘도 빵을 굽고, 하루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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