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착각, 올바른 미래』중에서... 05
깨끗하고 값싼 원자력 에너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 이 것이 바로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는 개념이다.
기술에도 득과 실이라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장점만 가득하고 단점은 아예 없거나 최소화된 기술만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 세상일이 그렇던가. 사람과 물건을 편하게 실어 나르는 자동차는 공기를 오염시킨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 주는 생성형 AI는 표절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의학・제약 기술도 마찬가지다. 수술은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고,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기대하는 치료 효과가 크기에 그런 리스크를 감내하고 사용하는 거다.
이런 면에서 원자력에 대한 논란은 오랜 시간을 걸쳐 우리 곁에 자리 잡은 난제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 원자력과 관련된 사고는 일단 한 번 일어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사고가 난 지역에는 앞으로 수백 년간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원전사고가 주로 인재라는 문제도 있다. 체르노빌은 구식 원자로의 안전성 문제를 무시한 소련의 독재체제, 운용 인원의 실책 그리고 사고 대응보단 은폐가 더 급했던 발전소 책임자들이 만들어 낸 총체적 난국이었다. 자연재해가 원인이 된 후쿠시마 사고도 재난 발생 후 상황을 낙관해 제때 조치를 하지 못한 건 분명히 인간이 저지른 실수다. 그러니 아무리 원전 기술이 훌륭하다 해도, 이를 운영하는 인간이 불완전하니 불안하다는 게 원전 반대자들의 논리다.
원자력만큼 큰 전력을 제공하면서 친환경적인 에너지는 없다...
1 kwh 전기생산에 원전은 500원, 풍력은 4,059원, 태양광은 3,422원이 든다...
거기다 원자력의 탄소 발생량은 태양광, 풍력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기술에는 대가가 따른다. 즉 득과 실이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원자력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제일 경제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라서다. 분명 원전사고는 무섭지만, 그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래서 원전은 고민거리인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산업이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력 수요는 증가한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이때 원자력만큼 큰 전력을 제공하면서 친환경적인 에너지는 없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 중 하나다. 가성비도 최고다.
삼정KPMG가 2023년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의 국내 정산단가는 2022년 기준 kwh당 53원이다. 태양광과 풍력,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비 4분의 1, 석탄과 비교해도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2022년 10월 국내 언론에 보도된 산업부의 경제성 분석자료에서도 1 kwh 전기생산에 원전은 500원이 들지만, 풍력은 4,059원, 태양광은 3,422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다 원자력의 탄소 발생량은 태양광 및 풍력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러한 원전의 이점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핀란드다. 그래서 핀란드는 유럽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올킬루오토 3호기를 가동했다. 물론 처음부터 원자력 에너지를 선호한 건 아니다. 그러나 핀란드가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이란 목표가 있다.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에 원전을 써서라도 CO2 배출량을 2050년까지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핀란드의 대척점에 있는 국가는 탈원전의 대명사 독일이다. 실제로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날 독일은 마지막 남은 원전을 폐쇄하며 탈원전을 달성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민 여론의 60%가 탈원전에 반대했지만, 정치권이 연합해서 밀어붙인 거로 보인다. 냉전 시대부터 이어온 원자력 반대 운동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그럼, 독일인들이 탈원전을 위해 내야 하는 기회비용은 얼마일까. 명시적 비용은 재생에너지 전환 값 플러스 사회적 비용이다. 옥스퍼드대에 따르면 그 액수는 연간 80억 유로(11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의 암묵적 비용인 에너지 안보 위기는 더욱 껄끄러운 트레 이드오프다. 독일이 수입하는 가스 중 55.2%, 석탄 중 56.6%, 원유 중 33.2%는 러시아산이다. ‘메이드인 러시아’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 보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수입 가격을 폭등시켰다. 전기요금은 한때 10배 이상 올라 메가와트당 995유로(약 143만 원)로 치솟았다. 결국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부족한 전기를 사 오는 모순이 연출되기도 했다.
원전을 늘릴지, 아니면 줄일지.
무조건 어느 선택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니 차분히 생각해 보자. 정치 논리를 빼고서.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어떤 에너지 정책이 필요할까? 핀란드처럼 원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 에너지 가성비가 좋아지고 에너지 자립성이 개선된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원전사고, 핵폐기물 관리 리스크 등으로 인하여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도 계속되리라 본다. 독일처럼 100% 탈원전을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원전 관련 사고 가능성이 제로가 된다. 대신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전성, 에너지 가격 인상 가능성과 해외 에너지 의존성에 따른 안보 문제 등 엄청난 계산서가 청구된다.
꼭 양자택일해야 할 필요가 있겠냐만, 국가 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 서 최소한 방향은 정해야 할 것이다. 원전을 늘릴 건지, 아니면 줄일 건지. 무조건 어느 선택이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지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은 앞다투어 새 원전을 짓거나 계획 중이다.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만 총 68기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서해 인근에 몰려 있다. 후쿠시마 사고에 놀랐던 일본도 기존 탈원전 방침을 철회하고 ‘차세대 혁신로’라 불리는 개량형 원전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니 차분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정치 논리를 빼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