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다시 불이 켜지길
노동에 '勞'(힘쓸 노)가 들어간다면, 경영에는 '營'(경영할 영)이 들어간다. 이 한자는 '熒'(등불 형) 아래에 '宮'(집 궁)이 들어가, 집에 불을 켜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노동자를 뜻하는 勞가 단순히 힘쓰는 일을 하고 있다면, 경영자를 뜻하는 營은 집이라는 생산수단을 갖고 일하는 것이 차이다. 생산수단이 있냐 없냐에 따라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와 부르주아(유산계급)를 각각 표현하는 한자라고 말하는건 오버스럽겠지만, 꽤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월급쟁이로만 살아온터라 잘은 모르지만, 특히 스타트업에 와서 일해보니 경영은 무척 어려운 일이겠다는 것을 실감한다. 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지만, 나라에서 정한 법과 규제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한달에 한번은 반드시 직원들 월급날이 돌아오고, 힘들게 구한 직원이 갑자기 그만 둘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코로나처럼 예기치 못했던 일이라도 터지면 완벽했던 계획도 모두 헝클어져 버리고 쓰나미처럼 위기가 한순간에 몰려온다. 직원들은 속상한 일이 있을때 그들끼리 서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라도 있지만, 대표는 직원 앞에서 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도 사람일텐데. 대표는 무척 외롭고 힘든 자리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자영업자들이 아닐까 싶다. 自營業(자영업),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하는, 우리 동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당 사장님, 수퍼 사장님, 세탁소 사장님 같은 분들이다. 그들은 宮이라는 가게를 세우고 熒 불을 켜고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한다. 특히 직장인들 회식이나 저녁 약속으로 밤에 매출이 더 많은 식당이라면 더더욱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營이란 한자 모습 그대로 밤에 불이 켜진 집이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켜져 있어야 할 불이 코로나때문에 밤 10시에 강제로 꺼지더니 이제는 한창 돈벌어야 할 시간인 밤 9시에 강제로 꺼지고 있다.
'焭'(근심할 경)은 熒 밑에 '几'(안석 궤)가 있는 한자인데, 안석은 벽에 기대어 앉을때 받치는 등받이를 의미한다. 회사 근처에 잔잔한 조명으로 멋지게 인테리어를 한 일본식 카레 식당이 있다. 저녁 7시쯤 되었을까. 한창 저녁 먹으려는 사람들이 몰릴 시간이지만, 가게는 텅비어 있고 구석에 손님 두 명이 보일 뿐이었다. 불켜진 조명 아래 텅빈 등받이 좌석들을 보고 있자니, 焭이란 한자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서린 듯하다. 하루빨리 다시 가게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지고, 많은 손님들이 북적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