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불금을 꿈꿉니다
노동을 의미하는 '勞'(힘쓸 노)는 '熒'(등불 형) 밑에 '火' 하나 대신 '力'(힘 력)을 넣은 한자다. 등불 火 2개 아래 밤늦게까지 힘써 일하는 일꾼의 노고를 보여주는듯 하다. 고대사회에도 우리네 직장인들처럼 야근이 잦았나보다 라는 생각에 안습인 마음이 든다...
내가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어쩌다 보니 '경리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재무 지식으로 밥 벌어먹고 살게 되었지만, 입사 전까지 회계는 커녕 대변, 차변이 뭔지도 몰랐다. 회계는 어렵기만 했고, 처음 다루어본 SAP 시스템도 너무 어려워서 맨땅에 헤딩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입사 후 6개월쯤 되었을 때였나? 한달간 추가근무 시간만 106시간을 찍은 적 있었다. 시스템상 야근 결제는 하루 최대 6시간까지만 올릴 수 있었으므로 실제로는 더 일한 날도 많았다. 매일 대략 12~14시간씩 일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딱히 야근을 터부시하지 않던 그 시절에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던지(혹은 인사팀에서 통보가 갔던지) 팀회의때 팀장님께서 "무슨 신입사원이 야근을 이렇게 심하게 하냐?"하고 뭐라 하시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야근이 줄었냐고? 아니. 야근은 똑같이 하고 결제 올린 시간이 줄었다...
주52시간제도가 법제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동시에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다. 熒을 켜고 밤늦게 까지 오래 일하는 게 일 잘한다고 칭찬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낮이든 새벽이든, 사무실이든 카페에서 일하든,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기대되는 성과를 충분히 이뤄내는 것이 일을 잘 하는 것이다. 월급 주는 회사를 위해 있는 힘껏 力을 다하되, 반드시 熒을 켜고 밤늦게 까지 일해서 만든 결과일 필요는 없다. 주어진 몫만 제대로 잘 해낸다면 1시간을 일하든 10시간을 일하든 충분한 보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정상적인 회사이고, 정상적인 사회다.
勞에서 力 대신 '木'(나무 목)을 넣으면 '榮'(영화 영)이 된다. 나무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영화로움'을 뜻하는데, 소위 '불금'을 표현하는 듯 싶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熒을 켠 저녁과 밤은 오로지 나와 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활할 불타오르는 시간이 되길! 모든 직장인들의 매일이 불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