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불의를 볼 때만 하자
직장생활은 곧 스트레스와의 전쟁이다. 어떤 사람은 그 스트레스를 꾹꾹 참다가 화병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들(특히 부하직원이나 후배)에게 마음껏 발산하며 자기 혼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다. 혹여나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상사를 만나기라도 하면,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분노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憤'(분할 분)은 '忄'(마음 심)과 '賁'(클 분)이 더해진 한자인데, 賁은 원래 큰 북을 의미했다고 한다. 전투를 앞둔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큰 북을 둥둥 치는 장면이 연상된다. 이 한자에서는 타자에 대한 분노와 흥분, 적개심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분노를 표현했다 볼 수 있으니,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한자라 할 만하다.
마찬가지로 분노의 의미를 가진 '怒'(성낼 노)는 '奴'(종 노)와 '心'(마음 심)이 더해진 한자다. 종에게 벌컥 화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 종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에 대입해보면 憤은 화내고 있는 윗사람의 분노를, 怒는 그 화풀이 대상이 되어 마음에 화가 쌓이기 시작한 아랫사람의 분노를 표현한 듯 하다. 화내는 걸 묵묵히 듣고 있는 직원도 마음속으로는 화가 치밀테니. 그래서 憤은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분노를, 怒는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쌓이는 분노를 의미하는 것 같다.
자신이 奴, 노비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는 느끼는 직원은 그 마음에 怒가 쌓일 것이다. 동료직원에게 함부로 憤을 표출하고, 怒가 쌓여가는 조직은 멀쩡할리없다. 憤과 같은 의미를 가진 한자 '忿'(성낼 분)은 心(마음)이 쪼개진(分) 모습을 보여준다. 화로 가득해져 서로의 마음이 쪼개진 조직은 갈라지고 무너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