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弘 / 益

함께 살자

by 신동욱

역사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 건국이념과 함께 세워진 나라라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게다가 그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점은 더욱 멋진 일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弘'(넓을 홍)은 활시위를 크게 당기는 모습에서 '크다', '넓다'는 뜻이 유래했다. '益'(더할 익)은 '皿'(그릇 명) 위로 '水'(물 수)가 그려져 그릇 위로 물이 흘러 넘치는 모습이다. 이렇게 한자를 해석한다면, 弘益(홍익)이란 뜻은 물이 필요한 모든 곳에, 넓고 넓은 곳에 물이 넘쳐 흘러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물을 필요로 하는 존재인 인간(人間). 그 '인간'이란 범주에는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포함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범주에 포함되고,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진다. 함께 말이다.


참 멋지면서도, 다행스럽지 않은가.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이념이 '약육강식'(弱肉強食), '적자생존'(適者生存) 따위가 아니라,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점이.


얼마전 서울대학교 75회 후기 학위 수여식에서 이어령 선생이 남기신 축사 일부를 여기 옮겨본다.


"오늘날같은 경쟁사회에서는 나[自]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남[他]에게는 실[失]이 되고 남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해가 되는 대립관계로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적 배재의 논리가 지배해 왔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마스크의 본질과 그 기능이 그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면을 모두 통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나를 위해 쓰는 마스크는 곧 남을 위해서 쓰는 마스크”라는 공생관계는 지금까지 생명의 진화를 먹고 먹히는 포식관계에서 남을 착취하는 기생관계로 해석해 왔던 편견에서 벗어 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점점 민심이 팍팍해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시는 진천 주민들의 모습에서, 또 주민들을 돈쭐내주는 국민들을 보며 우리는 홍익인간의 DNA가 새겨진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차오른다. 나의 생명과 남의 생명을 위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마스크지만 꼭 챙겨쓰고 길을 나서는 우리들 모습에서 홍익인간의 정신을 느낀다.


나도 살고, 남도 살자.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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