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를 비워 두는 것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단연코 소통 능력이다. 진심을 다해 사랑해도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자기 실력을 소통이라는 그릇에 잘 담아내지 못하면 있는 그대로 실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소통이 중요한게 어디 직장에서 뿐일까. 모든 관계에 있어 소통은 무척 중요하다.
'疏'(소통할 / 트일 소)와 '通'(통할 통)은 두 글자 모두 막힘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한자다. 疏는 '疋'(발 소)와 '㐬'(깃발 류)가 나란히 있는 한자인데, 㐬는 아이가 물에서 떠내려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아이가 떠내려 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두 발로 달려가서 구하려 하지 않을까. 그런 거리낌없는 마음이 있을 때 소통이 가능하다. 通은 '辶'(쉬엄쉬엄 갈 착)과 '甬'(길 용)이 결합한 모습인데, 甬이 고리가 있는 종이라는 해석도 있고, 대롱이라는 해석도 있다. 종이든, 대롱이든 공통점은 중간이 텅 비어있다는 점이다. 너와 나 사이에 있는 모든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떄 비로소 소통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최대 선사인 HMM 선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 HMM은 불황과 법정관리로 8년이나 임금이 동결되었지만, 코로나시대 초호황기를 맞아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 넘게 쓸어담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특히 젊은 선원들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다름아닌 '한달간 사용 가능 데이터 4기가'였다고 한다. 수개월을 육지에서 떨어져 고립되어 있는데, 애인과 영상통화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대단한 불만이 쌓일만 하다. 경영진이 선원들과 제대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좀 더 세세하게 이해했다면 파업을 예고하는 상황까지 왔을까. 이것은 HMM 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얘기다.
소통만 원활히 잘 해도 이 세상의 모든 불만과 갈등 절반 이상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