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空 / 突 / 究
나를 좀 더 사랑해 주세요
'空'(빌 공)은 비어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한자다. 모든 것이 허전하고 헛되게 느껴지는 마음, 그 자체이기도 하다. 空은 '穴'(구멍 혈)과 '工'(장인 공)이 더해진 모습인데 工은 흙을 단단히 다지는데 쓰는 도구인 달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기구를 이용해 열심히 흙을 파내며 다진 구멍이 바로 空이다. 원래부터 있던 구멍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일한 결과로 뻥 뚫린 구멍이다. 그래서일까.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큰 허전함과 공허함에 시달리는, 인생무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텅 비어버리면, 내 텅 빈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게 된다. 穴에서 갑자기 '犬'(개 견)이 뛰쳐나오는 모습의 한자 '突'(갑자기 돌)처럼, 내 마음에서 갑자기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갑작스런 분노가 나올지, 슬픔이 나올지, 원망이 나올지... 무슨 감정이 어디로 튈지 나조차 모르게 된다.
인생에 이런 순간이 왔을때 해야 할 일은 조심스럽게 그 구멍에 손을 넣어 보는 것이다. 그 구멍 속에 무엇이 있는지 손으로 더듬어가며 찾는 것이다. 구멍 穴안에 손을 넣어 찾는 모양 '九'(아홉 구)가 결합한 한자 '究'(연구할 구)처럼 말이다. 이 한자가 나에게 말해주는 듯 하다. 마음이 텅 비었다고 느껴진다면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용기를 내어 손을 넣어보라고.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그 시간과 노력의 10분의 1 만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 써보라고.
그렇게 나를 좀 더 사랑해 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