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義 / 佯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by 신동욱

고대사회에서 양은 상서롭고 순결한 동물이었기에 종종 제사에서 제물로 사용되었다. '羊'(양 양)이 들어간 한자중에 善, 美처럼 긍정적인 뜻을 가진 한자가 많은 이유다. '義'(옳을 의)도 그중 하나다. 나 자신을 뜻하는 '我'(나 아) 위에 양머리(羊) 장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한 한자인 義는 '내가 옳다!'고 말하는 듯하다. 반면 '亻'(사람 인)이 羊 옆에 오는 한자인 '佯'(거짓 양)은, 거짓이라는 뜻을 가진다. 다른 사람이 양머리 장식을 하고 있으면 '넌 가짜!'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지금도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판처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이 단지 정치판에서만 통용되는 말일까. 자신이 하는 일은 뭐든 옳고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든 남의 잘못은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정작 자기 잘못에는 변명하기 급급한 사람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남에게 그 잘못을 덮어 씌우는 경우도 있다. 혹여 따르는 리더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팔로워가 느낄 실망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공자는 말씀하셨다. "자신에게 엄하게 책망하고 남에 대해서는 가볍게 한다면 원망을 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는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들은 자신에게 엄격하되 남에게는 관대하라 가르쳤다. 그 실천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기 잘못을 남탓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별거중이던 아내를 장인이 보는 앞에서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범이 장인에게 전화를 걸어 왜 자신을 뜯어말리지 않았냐고 탓했다는 뉴스를 봤다. 살인마저 남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대단할 뿐이다. 자신은 항상 옳고 잘못된 건 모두 남탓이라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혹시라도 만난다면, 그냥 피해라. 그게 최선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2. 休 / 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