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仂 / 努

손발 노동도 소중합니다

by 신동욱

"손발 노동은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한 정치인이 했다는 말을 들으니, 인도 파견근무 시절의 기억 한 장면이 떠오른다. 외곽 국도를 따라 차로 이동중이었다. 중앙분리대였던가? 어떤 구조물을 인부들이 페인트칠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인부들이 페인트붓도 없이 손바닥으로 페인트를 발라 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손발 노동'을 하고 있던 셈이다. 아마 페인트붓을 안 사줘도 싼 값에 인부를 부릴 수 있으니 그랬을 것이다. 고용주는 시장논리에 따라 철저히 합리적인 행위를 한 것이겠지만, '인건비'를 따지는동안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모습에 슬픔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모습에서 자유로운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 노동자가 전동차에 끼어 숨지고,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고,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서 추락해 숨지고, 택배 노동자가 쓰러져 숨지고, 외국인 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홀로 숨지고... 그 이면에는 결국 비용 문제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정말 그런 모습에서 자유로운가?


힘써서 일한다는 뜻의 여러 한자가 있지만, 그중 두개만 꼽아보자. 하나는 '仂'(힘쓸 력)이다. '亻'(사람 인)이 '力'(힘 력)을 쓰는, 단순히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또 하나는 '努'(힘쓸 노)이다. '奴'(종 노)이 '力'(힘 력)을 쓰는, 노예가 일하는 모습이다. 둘다 힘써 일한다는 뜻이지만, 노동자를 사람 그 자체로 보느냐, 노예로 보느냐에 따라 한자의 유래가 다르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자신과 타인의 이익에 조화롭게 기여하는 노동이 건강하다. 철저히 타인의 '이윤 창출'을 위한 일이라면, 그것은 仂이 아닌, 努일뿐이다. 어떤 형태의 노동이든,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환경에서 사람답게 일할 권리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코미디언 겸 방송작가인 유병재씨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다시 되풀이해 말해 본다.


"인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사람은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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