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다'라는 뜻의 '去'(갈 거)는 '土'(흙 토)와 '厶'(사사 사)가 합해진 한자다. 한자 '口'(입 구)가 厶로 바뀌어 쓰이게 된 경우도 많았음을 감안하면, 去는 흙 아래 들어가는 口, 입구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끝에는 흙 아래 묻히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차별이 없다. 누구나 같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 去의 의미다.
그것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바꿀수 없는 일이다. 去 옆에 '氵'(물 수)가 오면 '法'(법 법)이 된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인간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해도, '죽음'이라는 법칙만큼은 결코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순리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 한다. 去를 '忄'(마음 심)에 두면 '怯'(겁낼 겁)이 되듯이, 내가 언젠가 죽을거란 생각을 하면 겁이 난다. 하지만 그저 겁낼 일만은 아니다. 인생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은, 오늘 눈뜨고 일어나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에 드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인거니까.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이라는 길을 열심히 걸어간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막막할때도 있고, 갑작스런 갈림길 앞에 고민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지만, 누구나 다다르는 종착지는 동일하다. '죽음'. 그렇기에 열심히 산다는 것은, 곧 열심히 죽어간다는 말과 동일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 했다. 돈을 열심히 벌기 위해 내 인생을 살았다면, 그 돈을 세상에 남겨둔채 빈손으로 떠날 것이다. 멋진 책 한권을 쓰기 위해 내 인생을 살았다면, 그 책을 세상에 남겨둔채 빈손으로 떠날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 인생을 살았다면, 그 사람을 세상에 남겨둔채 빈손으로 떠날 것이다. 남겨진 돈은 누군가에 의해 쓰일 것이고, 남겨진 책은 누군가에 의해 읽힐 것이고, 남겨진 사람은 내가 살았던 인생을 기억해 줄 것이다.
누구나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