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의 나이다. 한창 수능공부하고, 군대가고, 취업 준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1년, 1년 나이드는게 아쉽다. 그런 나이로 접어든 듯하다.
不惑은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惑'(미혹할 혹)은 '或'(혹시 혹)과 '心'(마음 심)이 결합한 한자다. 或은 창(戈)을 들고 성(口)을 지키는 모습을 묘사했으니, 성의 경비병이 혹시 있을 모를 적군의 침입을 경계하는 것에서 '혹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즉, 惑은 혹시 적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헷갈리는 마음을 의미한다.
적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듯이, 내 인생에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에 잘 대비하며 사는 것은 좋은 자세지만, 그런 불안한 마음에 내 삶의 주도권까지 남에게 줘버리는 상황까지 간다면 곤란하다. 자신만의 줏대를 잃어버리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는 의미다. 귀를 열고 주위에서 하는 필요한 말은 잘 경청하되, 그것을 판단하는 내 나름의 뚜렷한 주관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게 맞다 해도, 그것이 정말 옳고 그른지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 나이, 현 세태와 풍조에 이리저리 쉽사리 휩쓸리지 않는 나이가 바로 '불혹'이다.
'不'(아닐 부)란 한자의 유래도 재미있다. 땅속의 씨앗이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모습을 그려서,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다. 맞다. 나는 땅속에 심어진 씨앗처럼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나이 마흔, 이제 인생의 싹을 멋지게 탁! 틔우기 시작할 딱! 좋은 나이다. 이 싹이 소나무가 될지, 콩나물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무엇이 되었든 어떤 형태로든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불혹을 맞은 이 땅의 모든 동지들이여, 함께 외쳐보자. Bravo my life! Bravo my fo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