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劦 / 協 / 脅
무엇을 위한 팀웍인가
개인의 힘(力)은 약하다. 하지만 '力'(힘 력)을 모으고, 모으고, 또 모으면 '劦'(합할 협)이 된다. 작은 힘들이 함께 모였을 때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을 종종 지켜본다. 특히 약자들이 모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연대의 힘은 무척 대단하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힘을 모으느냐에 있다.
'協'(화합할 협)은 ‘화합하다’, ‘돕다’, ‘협력하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로 '十'(열 십)과 3개의 力, 劦이 합해진 모습이다. 예수가 온 세상의 죄를 대신해 죽임을 당한 희생의 상징인 십자가 모양의 十 아래에 劦이 모인다는 게 자못 흥미롭지만, 물론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한자는 아니다. 十만큼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한다는 뜻으로 보는게 타당하겠다. 또 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劦을 모으는 것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석을 하든, 공동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똑같이 3개의 力, 劦이 모였지만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한자도 있다. 劦 아래에 '⺼'(육달 월)이 있는 '脅'(위협할 협)이다. ⺼은 고기를 의미하는데, 뭔가 먹을 것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서 남에게 으름장을 놓는 모습이다.
協에는 큰 힘이 있다. 회사에서는 그것을 팀웍이라 부른다. 1인당 매출액 565만 달러(2018년 기준)를 올려 엄청난 생산성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게임사 수퍼셀의 핵심 가치는 이것이다. "The best teams make the best games." 최고의 팀이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 바로 팀웍의 힘이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하는 직장에서 팀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脅도 協과 마찬가지로 힘을 모은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발휘하는 팀웍이다. 서로 편을 나누고 파벌을 만들어 밥그릇 쟁취를 위한 암투를 벌인다. 그렇게 한편이었다가도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언제든 쪼개지고 사라지고 말 팀웍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것이 무작정 비난할 일은 물론 아니다. 사회에서든, 직장에서든 마찬가지. 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어야 할 것인가는 무척 중요하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로 변해가는 사람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