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生 / 死 / 省
스스로 살피며 살아야 하는 이유
어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먼저 바닥에 부딪치면서 손목 부근의 가벼운 찰과상으로 그친 것이 다행이었다. 화장실 갈 때도 휴대폰을 들고 가는 이 안 좋은 버릇이 이럴 때 도움이 되다니. 하여튼 머리를 먼저 세게 부딪히기라도 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또 한 번 죽음에 대해 묵상해 보게 된다. 어제도 살고 오늘도 살기에, 내일도 당연히 살거라 의심 없이 하루를 살지만, 사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죽음이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절벽 근처에 갔다가 추락사한 사람도 있고, 약 60만 분의 1이라는 벼락에 맞아 죽는 사람도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코로나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 때문에 안타까운 사망자가 생길지 예상이나 했던가. 우리는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 있다.
삶을 뜻하는 한자 '生'(날 생)은 땅 위에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표현한 한자다. '死'(죽을 사)는 '歹'(뼈 알)과 '匕'(비수 비)가 합해진 한자다. 生은 땅처럼 그어진 一 위로 생명이 솟아나고, 死는 一 아래로 뼈가 묻힌 듯한 모습이 뭔가 대조적이다. 마치 종이 한 장 같은 一을 경계로 生과 死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죽음이 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동시에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省'(살필 성)은 '少'(적을 소)와 '目'(눈 목)이 결합한 한자지만, 갑골문에는 少가 아니라 生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目으로 生을 살피며 사는 것이 바로 省의 뜻이라니.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말고 늘 스스로 잘 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이 한자가 나에게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