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偏 / 篇 / 編 / 遍

편협하지 않기 위한 3가지 방법

by 신동욱

'扁'(작을 편)은 원래 예전 현관문 위에 걸린 편액, 즉 현판을 뜻하는 한자다. 경복궁 같은 옛 건물 중앙에 걸린 편액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단순히 건물의 이름을 넘은 의미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큰 복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경복궁(景福宮)이란 이름을 지었고, 정약용은 "겨울 냇물을 건너듯 하고, 사방을 두려워하는 듯하다"는 의미를 담아 '여유당(與猶堂)'이라 쓴 편액을 사랑채에 걸었다.


편액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가치관이 담긴다. 그런데 '亻'(사람 인)의 얕은 식견과 경험에만 의존해 쓰인 扁은 '偏'(치우칠 편)이 된다. 자신의 유한한 경험과 지식을 절대적으로 여기면, 치우치고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 이치를 다 아는 마냥 착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경험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강하게 확증편향에 빠지는 모습, 쉽게 볼 수 있지 않나.


偏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첫째, '篇'(책 편)이다. '竹'(대나무 죽)에 扁처럼 두루 쓴 篇, 즉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내가 겪은 경험은 유한하지만, 유사 이래 인간이 기록해온 책에는 무궁무진한 지식과 경험들이 녹아 있다. 우물 안 개구리라 해도 많은 책을 읽으면 우물 밖 세상이 어떤지 알게 된다.


둘째, '編'(엮을 편)이다. 조각조각 모은 수많은 扁들을 '糸'(실 사)로 엮듯이 잘 연결해야 한다. 바로 사유의 힘이다. 내가 아는 것이 맞는지, 내 경험이 절대적인지 끊임없이 사유하고 사색해야 한다.


셋째, '遍'(두루 편)이다. 扁을 통해 알게 된 것을 '辶'(쉬엄쉬엄 갈 착)하며 두루 다니는 것, 다양한 경험과 실천이다. 책을 읽고, 사유해서 나의 지경을 넓혔다면 그것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실천의 과정에서 치우친 것이 발견된다면, 성찰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나는 편파적이다. 다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


누군가가 했다는 이 말을 좋아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편파적이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다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도록 노력하자. 내가 편파적인 사람이 됨으로 인해, 세상이 좀 더 공정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하자. 다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많이 실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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