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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Jul 13. 2022

'초년 출세'가 불행인 이유

인생의 3대 불행으로 '초년 출세', '중년 상처(喪妻)', '노년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나도 어느덧 초년이 지나가고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가 되니,  '초년 출세'가 오히려 인생 최대 불행 중 하나라는 그 의미가 좀 더 깊이 있게 와닿는 듯하다.


초년 출세가 인생의 불행이 되었던 사례는 역사 속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광조는 34세 때 중종의 눈에 들어 파격 승진을 거듭하다 불과 3년 만에 지금의 검찰총장 격인 대사헌까지 올랐지만 바로 그다음 해에 중종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남이는 불과 28세의 나이로 국방부장관인 병조판서에 올랐지만 바로 그 해에 역모 혐의가 씌어져 죽임을 당했다. 역시 28세의 나이로 최고 벼슬 영의정에 파격적으로 임명되었던 구성군은, 반대파의 견제에 집요하게 시달리다 결국 역모 혐의로 10년간 유배생활 끝에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초년 출세가 불러온 불행의 전형적인 사례들이다. 굳이 옛 역사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가 한순간에 몰락하고 만 사례는 지금도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초년 출세'가 곧 재앙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유명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가 그 힌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코넬대 교수와 대학원생이었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대학 학부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다. 20가지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해 보라고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성적이 낮은 사람은 순위를 높게 예상했지만 반대로 성적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 낮게 평가했다고 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를 보면 지식과 자신감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지식이 아예 없으면 자신감도 전혀 없다. 그런데 얕은 지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감도 급격히 상승하다가 피크를 찍는다. 그러다 더 많이 알면 오히려 자신감은 매우 낮아졌다가 지식이 계속 축적되는 과정 속에 자신감도 다시 완만하게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아주 조금 알고 있을 때'와 '그 분야의 권위자(Guru)가 되었을 때'의 자신감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초년 출세의 불행도 더닝 크루거 효과와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젊은 날의 성공이 지나친 자신감과 과신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거만한 태도로 자신보다 못하다 여겨지는 사람들을 함부로 깔보는 경향도 함께 보인다. 실제로 더닝 크루거 효과를 연구한 이들의 가설에 따르면 아직 능력이 낮은 사람은 대체로 이런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1.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2.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3.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곤경을 알아보지 못한다.

4. 훈련을 통해 능력이 크게 향상된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깨닫고 인정한다.


굳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에서 축적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치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마침내 인간이 되었다는 곰의 이야기처럼, 인생의 성장 과정에는 지루한 인내와 고난의 시간을 통해 나의 내실을 채워가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 내실을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그래서 자신감이 매우 충만한 상태가 되었다면 오히려 가장 인생에서 위험한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고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느끼는가? 왜 나에게는 성공의 시간이 빨리 오지 않는지 조급한 마음이 드는가? 젊은 나이에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초년 출세'의 불행을 비껴간 것이니 감사한 마음을 갖자. 나 또한 그 불행을 겪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공의 경험이 나를 우쭐거리게 만들 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 것처럼 스스로 자신감이 넘칠 때, 그때가 더 겸손한 마음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고, 배워야 할 때임을 잊지 말자. 이것은 비단 초년의 삶을 지나고 있는 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나이를 떠나 얼마든지 나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 있다.


설익은 능력과 섣부른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망치지 않도록 늘 조심하자. 더닝 크루거 효과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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