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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Jul 12. 2022

"점심시간!"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드밀이 이집트에서 영화 <십계>를 촬영하던 중이었다. 단역배우 수백 명 외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함께 촬영에 동원되어 매우 분주한 촬영장 분위기. 거위가 시끄럽고 울어대고, 중동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가뜩이나 힘든데, 한 단역배우가 끊임없이 주위에 소곤소곤 잡담을 거는 모습이 드밀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몇 분 동안 계속된 잡담에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드밀은 소곤거리는 학생을 꾸짖는 선생님처럼 소리쳤다.


"거기 아가씨!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다시 말해주겠소?"

"네! 거기 대머리 아저씨가 언제 점심시간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 단역배우가 말한 대머리 아저씨는 다름 아닌 감독인 드밀. 주위 사람들은 순간 얼어버린 상태로 드밀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르고 다시 확성기를 든 드밀이 소리쳤다.


"점심시간!"


- <인문학 리더십>, p24


확실히 그 단역배우의 말은 매우 무례했다. 더구나 영화 촬영 중에 계속 잡담하는 태도도 옳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때 드밀은 매우 화를 내며 그를 당장 나가라고 할 수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그런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 노련한 감독의 선택은 화를 내는 대신 유머로 받아치는 것이었다. 그 뜻밖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크게 웃으며 즐겁게 점심식사 장소로 향했고, 곧 재개된 영화 촬영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약 드밀이 그 순간 자신의 위신이나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당연히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 촬영을 무사히 잘 끝내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힘든 촬영의 연속으로 사람들도 지쳐있는 상황에서 마구 화를 내며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면 좋은 분위기 속에 촬영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 같다.


화를 내든, 화를 내지 않든 사실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에 있다. 만약 그때 화를 내는 것이 촬영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하고, 유머로 받아치는 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순간적인 나의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드밀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사람은 감정을 지닌 동물인지라, 그 단역배우처럼 누군가가 매우 무례하거나 어이없는 행동을 할 때 내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내 행동의 기준은 '내 감정'이 아니라, '어떻게 일이 되게 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좀 속상하더라도 어쩌겠는가. 그렇기에 월급 받으며 직장을 다니는 "프로직장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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