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욱 Jul 22. 2022

'직장인'과 '알바생'의 차이

대학생 때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했던 알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선거기간이 되면 선관위 일손이 많이 부족한 터라 나 같은 대학생을 단기 채용했었는데, 선거홍보물 발송이나 표기계 설치 관리 같은 여러 단순 행정 업무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름 열심히 일하며 귀여움도 받았고 함께 어울려 밥도 먹었지만 스스로 선거관리업무 담당자라 칭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알바생 신분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선거관리업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사소한 것도 스스로 판단할 있는 능력이 없었다.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저 담당 공무원들이 하라는 대로 철저히 수행할 뿐이었다. 업무 담당자와 그 보조 업무를 돕는 알바생 차이의 핵심은 여기 있었다.


회사일도 마찬가지다. 몇 년째 재무 담당자 타이틀을 달고 세금계산서 발행을 하고 있으면서 세금계산서와 관련된 가산세가 뭔지도 모르면 재무 담당자라 부르기 곤란하다. 몇 년째 HR 담당자 타이틀을 달고 월급을 주고 있으면서 외주업체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연차수당도 하나 스스로 계산할 모른다면, HR 담당자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재무업무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무 담당자라 할 수 없고, HR 업무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HR 담당자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일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그저 알려주는 대로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그 일을 잘 수행한다 해도 재무 담당자가 아니라 그저 Admin 담당일 뿐이다. 보조 업무를 하는 알바생이나 마찬가지다.


혹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쭉 일을 해왔는데도 지금껏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상사이든 동료든 외주업체든 훌륭한 조력자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사실 큰 행운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해내 본 경험이 전혀 없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을 했으면서 그것을 마치 자신이 잘해서 한 것처럼 착각한다면 더더욱 위험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정작 자신은 사소한 업무지식도 스스로 찾아볼 모르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수준이라면, 알바생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운 좋게 직장생활을 연명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 누구나 잘 모른다. 알바생처럼 가르치고 지시하는 그대로 따르며 일을 배워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력을 쌓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키워나간다는 말과 동일하다. 회사는 3년을 일한 경력자에게는 그 3년의 시간 이상의 일할 줄 아는 능력을 기대하고, 10년을 일한 경력자에게는 그 10년의 시간 이상의 일할 아는 능력을 기대한다. 일한 기간은 3년인데 정작 옆에서 도와지 않으면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은 그동안 알바만 3년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직원에게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지나가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쌓인다. 그 시간을 잘 쌓으면서 진짜 경력을 채워가는 직장인만이 제대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오늘의JOB생각 #직장생활 #직장인 #경력 #알바생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가 월급을 더 받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