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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Nov 26. 202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들이랑 읽고 싶어서 쓰는 한국사 (6) - 고조선의 발전과 멸망

청동기를 사용하게 된 이후 부족 간의 정복 전쟁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세력이 가장 강력했던 군장은 나라를 세웠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야. 청동기 문화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던 고조선은 기원전 5세기경에 철기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더욱 강력한 나라가 되었지. 청동보다 더 튼튼하고 단단한 금속인 철로 무기나 농기구를 만들어서 더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얻게 된 거야. 


청동기시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반달돌칼처럼 석기로 만든 농기구를 썼는데, 이제 철로 더 강하고 날카로운 농기구를 쓸 수 있게 되면서 농업기술의 발달과 함께 농업생산력도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돼. 식량이 늘면 인구도 늘어나고, 많은 인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니 경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물론 인구가 늘면서 전쟁터에서 싸울 군사도 늘어나니 군사력도 향상되었겠지. 철제 무기는 강력한 군사력에 더 큰 힘을 보탰을 테고 말야. 이런 과정을 통해 철기를 받아들인 고조선은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되었단다. 그럼 이제 청동기는 아예 안 쓰게 되었냐고? 이 시절 청동기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냐. 오래전부터 종교지도자가 사용해 온 청동기 제사도구는 여전히 신비로운 권위를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청동기는 제사용 도구로 계속 사용되었지.


고조선은 중국 연나라와 국경을 맞대게 될 만큼, 만주와 한반도 북부에 걸쳐 넓은 땅을 차지한 국가로 성장했어. 또 중국의 다른 왕들과 대등하게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했지. 그런데 고조선에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위만이라는 사람이 정변을 일으킨 거야. 기록에 따르면 위만은 연나라에서 1천여 명의 무리를 이끌고 고조선에 망명*한 사람이래. 그 당시 중국은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가 멸망하고 한나라가 다시 통일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대혼란이 벌어지는 중이었거든. 고조선의 왕이던 준왕은 그를 신임하고 서쪽 변방 지역을 다스리도록 했는데, 그가 세력을 키우더니 급기야 준왕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은 거야. 기원전 194년에 일어났던 일인데, 위만은 자신을 받아주고 신임해 준 준왕의 뒤통수를 때린 거지. 비정하고 안타깝지만, 역사란 결국 사람들 사이의 권력 투쟁의 역사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위만이 처음 조선에 망명해 올 때 '상투를 틀고, 조선인의 옷을 입었다'라는 기록이 있어. 이걸 보면 위만이 원래부터 고조선 사람들과 같은 혈통의 사람이었다고 보는 해석이 일반적인 것 같아. 준왕이 서쪽 지방을 내줄 만큼 그를 믿어준 건 그가 동족이기 때문일 수 있고, 또 위만이 왕위를 빼앗은 이후에도 고조선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계승했다는 점을 보면 그 해석이 충분히 일리 있어 보이기는 해. 물론 위만이 조선 사람이냐, 중국 사람이냐를 떠나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권력층이 바뀌었을 뿐 고조선은 예전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이겠지. 다만 위만이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서 이때부터의 고조선을 위만조선이라 부르게 돼. 위만조선은 철기문화가 확산되고 농업을 비롯해 수공업과 상업이 더욱 발전하게 된단다. 특히 중국 한나라와 한반도 남부의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하면서 많은 이익을 독점하게 되지. 이렇게 고조선이 경제적으로 부강해지게 되니, 누가 가장 불편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맞아, 이제 막 중국을 통일했던 한나라야.


위만의 손자인 우거왕 시절에도 고조선은 계속된 영토확장과 독점무역을 통해 강력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단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 믿고 있던 그 당시 한나라 황제인 무제가 보기에는 정말 눈엣가시 같았겠지. 무제는 중국 북쪽의 흉노와 남쪽의 남월을 정벌하며 당시로서는 중국의 영토를 가장 크게 넓힌 황제였어. 이제 그 정복전쟁의 마지막 퍼즐은 동쪽의 고조선이었지. 무제는 수만 명의 군사를 보내 고조선을 침략하지만, 우거왕은 완강히 저항하며 잘 막아낸단다. 한나라 군사들이 고조선의 수도 왕검성을 포위하고 오랫동안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왕검성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아. 함락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한나라는 끊임없는 공격과 동시에, 항복하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며 회유도 하지. 우거왕은 결사항전을 주장했지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불안해진 신하들이 차츰 딴마음을 품기 시작한단다. 왕검성이 함락되면 자신들의 목숨과 지위도 불안하다고 여긴 신하들이 우거왕 몰래 항복을 하게 된 거야. 결국 우거왕은 신하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성기라는 장군이 끝까지 항전을 고수했지만 그 또한 같은 조선인의 손에 의해 암살을 당하면서 결국 고조선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말았어. 이때가 기원전 108년, 우리나라의 첫 국가였던 고조선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


우거왕이 다스리던 고조선은 철기문화의 확산과 중계무역의 독점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때였어. 금방이라도 망할 만큼 허약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거지. 그랬던 나라가 허무할 만큼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던 건 지배층끼리의 내분이 결정적인 이유였음을 부정할 수 없겠구나. 죽음을 불사하며 끝까지 고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항복해서 자신들의 목숨과 재산은 안전하게 보장받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내분을 일으키면서 고조선을 지탱하던 힘이 크게 약해지고 말았던 거야. 


중국 대륙에서 천하통일을 이룬 제국이 수도를 포위하며 대대적으로 침공해 온 것은 고조선 건국 이후 처음 맞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마 신하들이 마주했던 공포는 상상 이상으로 컸을 거야. 항복을 결심한 신하들은 개죽음을 당하거나 잡혀서 노예로 잡혀갈 바에 일찌감치 항복해서 한나라 황제의 신하로서 편안한 삶을 계속 누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겠지. 다만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수많은 고조선 백성들은 외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단다. 한나라는 고조선 정벌 이후 한사군을 설치해. 한사군이란 한나라가 고조선 땅을 직접 통치하기 위해 설치한 행정구역, 즉 낙랑군, 임둔군, 현도군, 진번군을 일컫는 말인데, 이중 진번군과 임둔군은 토착민의 저항으로 일찌감치 사라지고, 낙랑군과 현도군도 나중에 고구려에 의해 병합당하게 되지. 뚜렷한 기록은 없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토착민들의 저항이 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정복자의 통치하에 놓인 고조선 백성들이 많은 고초를 겪었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고조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고조선을 지키겠다는 선택을 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안한 삶을 계속 이어가는 선택을 했어. 항복을 선택한 사람들은 무척 비겁해 보이지만 그 절박한 상황에서 누구라도 겁이 나는 건 당연할 테니까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냐. 다만, 오랜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고조선뿐만 아니라 한나라도 마찬가지였어. 고조선의 내분과 항복한 신하들 덕분에 겨우 이기기는 했지만, 한나라로서도 상처뿐인 승리를 얻은 거지. 한나라의 총사령관이었던 순체 장군과 양박 장군이 고조선 정벌 이후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전쟁 수행 실패의 책임을 물어 사형을 당하거나 신분이 강등당한 것만 봐도 그래. 한나라가 잘해서 이긴 전쟁이었다면, 그들에게 상은커녕 벌을 내릴리는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아빠는 좀 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는구나. 그때 고조선 지배층이 좀 더 하나 된 마음으로 단결해서 잘 견뎌냈다면 고조선이 그렇게 허망한 결말을 맞았을까 하고 말이야. 매우 강력해 보이던 고조선이 멸망한 계기는 한나라의 침공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내부에서부터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구나.


지환아,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될 거야. 그 어려운 일들은 상당 부분 외부에서 시작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취업난으로 인한 어려움일 수도 있고, 믿었던 친구였는데 네 믿음을 저버리거나 비난하는 등 관계로 인해 겪는 어려움일 수도 있어. 혹시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너를 괴롭히는 상사를 만나서 힘들 수도 있는 것이고. 어쩌면 그런 어려움이 상상 이상으로 널 힘들게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힘든 시간이 왔을 때 진정으로 너 자신을 무너지게 만드는 것은, 그 힘든 일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너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 바로 그 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너 스스로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지게 될 거야. 너의 내면의 힘을 믿고, 또 아빠처럼 늘 너를 지지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잘 견뎌낸다면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반드시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결국 자신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서 멸망에 이르고 말았던 고조선의 역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생에서 반면교사*를 얻어보도록 하자. 힘든 순간이 닥쳤을 때 이 사실을 꼭 기억하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야.




* 망명(亡命) :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김.

* 중계무역 : 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인 물자를 그대로 제삼국으로 수출하는 형식의 무역.

*반면교사(反面敎師) :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음을 이르는 말.


#아들이랑읽고싶어서쓰는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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