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껍데기

아빠가 아들에게 매일 하나씩 알려주고 싶은 365가지 단어

by 신동욱

하루는 아빠 회사 동료가 거래처 대표와 회의를 하다 좀 황당한 일을 겪었다더구나. 논의가 거래처에게 좀 불리하게 돌아가니, 그 대표가 뜬금없이 자신이 서울대 출신임을 내세우더래. 여기서 자신보다 공부 잘했던 사람 있냐면서, 이런 식의 거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말이야. 일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출신 학교는 왜 운운하는 건지... 그 자리에 없던 아빠도 듣는 것만으로 황당하더라고.


얼마 전 일부 의사들이 총파업을 한적 있어.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을 테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비판도 많았고 아빠 역시 동의가 어려웠지만, 그 사정을 들어보니 나름 이해할만한 부분도 있었어. 그런데 자신들의 파업 정당성을 홍보하면서 한 여러 말 중에 이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라.


문 1)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A.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B.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사


의사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고 아프지 않도록 치료해주는 데 있기에 고귀하고 가치 있는 직업이야. 하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고작 전교 1등이었다는데서 찾다니... 그 수많은 환자들을 뒤로 한채 파업을 벌인 명분 치고는 너무 보잘것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서울대 출신이라느니, 전교 1등이라느니, 강남에 아파트 몇 채가 있다느니, 그런 껍데기로밖에 자신을 설명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아. 물론 단단한 달걀 껍데기가 그 안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듯 중요할 수도 있어. OOO회사 OO팀 과장 김OO이라고 찍힌 회사 명함만 보고 은행에서 선뜻 큰돈을 신용대출해주는 것처럼, 그런 껍데기가 있다는 게 살아가는데 유용한 건 맞아.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나 날 보호해주리라 믿는다면, 더 나아가 오히려 내 본질이라 여겨버린다면 그 인생은 영원히 홀로 껍데기 속에 갇혀버린 불쌍한 삶이 되고 말 거야.


세상에 막 나온 달걀이 껍데기 속에 있으면서 엄마 닭의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간도 분명히 있단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해. 자신 스스로 말이야. 스스로 껍데기를 깨고 나온 달걀은 귀엽고 예쁜 병아리가 되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남에 의해 깨진 달걀은 달걀 프라이가 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열심히 공부해서 네가 전교 1등을 한다면 아빠는 무척 기쁠 것이다. 하지만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네가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에 기쁠 거야. 전교 1등은 네 노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뿐, 그 자체가 네 인생의 목표는 될 수 없다. 설령 네가 별로 공부를 못해도 네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빠는 그것만으로 무척 기쁠 거야. 전교 1등이 아니라 아주 조그마한 자격증이라도 네 삶의 목표를 향해가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낸 성취라면 아빠는 무척 자랑스러울 거야.


아들아, 네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루고 싶은 수많은 목표가 생길 거야. 그 목표가 네 삶의 본질인지, 혹은 껍데기인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본질은 결국 인간답게 사는 데 있어. 마치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본질이 있듯이 말이야. 우리의 평생 고민은 어떻게 돈을 많이 벌지, 어떻게 좋은 대학에 들어갈지, 그런 껍데기에 두어서는 안 될 거야. 인간답게, 그리고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가도록 하자.


오늘의 단어

껍데기 : 1.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2.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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