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운칠기삼
'運'(움직일/운 운)은 '辶'(쉬엄쉬엄 갈 착)과 '軍'(군사 군)이 합쳐진 한자다. 대규모 군대가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에서 '움직이다'라는 뜻인데, 흔히 '운이 좋다'라고 말할 때 그 운의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운'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움직이기에 운이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가도 내일은 불운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왜 굳이 군대를 의미하는 '軍'과 결합했을까. 세상에 움직이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내 뇌피셜로는 사람들이 (특히 옛날에는 더욱) 한 곳에 운집하는 가장 거대한 집단이 군대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 거대한 조직인 군대에서 일개 병사는 작은 일부일 뿐이다. 마치 이 거대한 지구 한 모퉁이에 붙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군대에서 누군가는 높은 자리까지 오르지만 누군가는 진급에 실패한다. 그 갈림길은 실력과 노력의 차이에도 있겠지만, 단지 그것이 모든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하필 내가 진급해야 할 시점에 티오가 나지 않아 진급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인사권자의 미움을 받아 밀려나기도 한다. 부하 직원의 잘못 때문에 뜻하지 않게 책임을 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진급의 행운을 거머쥐었다면, 대신해서 불운을 겪은 누군가도 반드시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이 거대한 세상은 무척 복잡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온갖 변수들이 넘쳐 난다. 그러한 외부요인들이 때로 내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도 있고, 때로는 내 노력 이상의 보상을 얻기도 한다. 그러니 일희일비하는 대신 내 인생의 목표를 향해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가려는 의지가 더 중요할 뿐이다.
運 글자 위에 위치한 '冖'(덮을 멱)은 마치 이 세상을 덮고 있는 하늘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 冖를 지워버리면 '連'(잇닿을/거만할 연)이란 한자가 되는데, 거만하다는 뜻이 있다. 나보다 더 높은 곳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나의 성공을 오로지 나의 재능과 노력 덕분으로만 여기는 사람은 거만하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했다. 내가 성공했다면 7할의 '운' 덕분으로 여기며 겸손하자. 혹여 운이 없어서 실패했더라도, 그래도 남아있는 3할의 내 노력을 믿고 다시 힘내서 일어나 보자. 그것이 운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