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주치세요
리더를 '君'(임금 군)이라 한다면 팔로워의 뜻을 가진 한자로 '臣'(신하 신)을 들 수 있겠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 깔고 있는 사람의 눈을 본뜬 모습의 한자다. 한자가 만들어진 고대 신분제 사회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화가 나면 던지는 말 중에 하나가 '눈 안 깔아?'가 아닌가.
오늘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많은 회사들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심지어 서로 반말하는 것이 정책인 회사도 있다.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은 업무 환경을 더욱 경직시키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긍정적이라 할만하다. 다만, 과장이나 대리 같은 직급을 없애고, 서로 '님'이라 존칭 하고, 혹은 서로 반말한다고 해서 수평적인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수평적 관계는 그런 형식 파괴가 아니라, 권한의 분산에서 나온다. 권한이 분산된 조직에서는 사내 권력 앞에 줄 서는 사내정치도 사라진다. 눈을 내리까는 臣이 아니라, 오너쉽을 갖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진정한 팔로워가 탄생하게 된다.
호칭은 똑같이 다 '님'이면서 모든 권한은 여전히 일부 조직장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김정은 아래 모든 인민이 수평적 관계를 이루는 북한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우선 리더든, 팔로워든, 어떤 상황에서라도 서로 눈부터 마주 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臣과 비슷하게 생긴 한자로 '巨'(클 거)가 있는데, 크다는 뜻뿐만 아니라 저항한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팔로워를 정말 한자의 유래처럼 臣 취급하며 '눈 내려 깔기'를 강요하고 있다면, 臣은 어느 순간 巨로 돌변하고 말 것이다. 특히 오늘날 MZ세대들은 그런 강압에 더더욱 참지 않는다. 지금은 눈을 내리까는 순종적인 팔로워 대신 서로 눈을 맞추고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교환할 수 있는 팔로워가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