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인가, 벗인가?
벗, 친구, 무리, 떼 등 여러 의미가 담긴 '朋'(벗 붕)의 형성 기원에 대한 대표적인 설명 2가지가 있다.
먼저 고대화폐인 '貝'(조개 패)를 나란히 엮어놓은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귀한 ‘마노 조개’를 화폐 대용으로 썼다고 하는데, 즉 ‘돈뭉치’를 표현한다. 조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친밀한 관계를 연상시켜 나중에 벗, 무리라는 뜻까지 확장되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새의 양쪽 날개인 '羽'(깃털 우)를 서로 이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새는 좌우 날개가 함께 있어야 날 수 있듯이, 뗄레야 뗄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朋'의 기원을 돈(조개)에서 보느냐, 혹은 새의 날개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아 흥미롭다. 그 기원을 돈으로 본다면, 공동의 이익을 쫓아 함께 몰려다니는 패거리를 보는 듯 하다. 그 기원을 새의 날개로 본다면, 서로의 날개를 의지해 힘껏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끈끈한 관계의 벗을 보는 듯 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인연을 맺고, 관계를 만들고 있는가? 이익을 위해 뭉친 패거리인가, 진정한 벗인가?
한가지 부연하자면, 朋 위에 '山'(뫼 산)을 올려놓은 한자 '崩'(무너질 붕)은, 조개를 나란히 엮고 있던 줄이 끊어지면서 산의 토사가 무너지듯 조개가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돈, 이익, 이권으로만 맺어진 관계는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