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民 / 眠

두 눈을 뜨고

by 신동욱

한자는 고대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잔혹하거나 비인간적인 유래를 가진 글자도 종종 있다. '民'(백성 민)도 그중 하나다. 갑골문을 보면 民이 어떻게 만들어진 한자인지 알 수 있는데, 사람의 눈을 송곳으로 찌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노예의 한쪽 눈을 멀게 만들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고대 풍습을 반영한 한자라 할 수 있다. 노예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한낱 재산으로 간주했던 당시 신분제 사회의 풍토가 엿보인다.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구나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갖는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피지배계층이었고, 한쪽 눈이 찔리는 것을 감내해야 했던 民이 이제 신분, 출신과 상관없이 모두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쪽 눈이 멀어버린 民이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는듯 하다. 한쪽 눈으로만 바라본 세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며,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성찰없는 정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두 눈을 뜨고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쪽 눈을 잃은 民이 아닌, 민주주의 시대의 진정한 民이 되고자 한다면.


한쪽 눈이 멀어버린 民 옆에 다시 '目'(눈 목)을 결합시킨 한자가 '眠'(잠잘 / 쉴 면)이라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두 눈을 온전히 뜨고서 나 자신과 타인을 균형있게 바라본다면,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애쓴다면, 내 마음도 이전보다 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내 삶도 좀 더 평안과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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