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忍 / 認 / 忘
때로는 포기도 선택이다
'忍'(참을 / 잔인할 인)은 '刃'(칼날 인)이 '心'(마음 심)을 찌를듯이 겨누고 있는 모양의 한자다. 날카로운 칼날이 당장이라도 심장을 궤뚫을 것만 같은 상황을 견디고 있는 모습에서 '인내한다'는 뜻 뿐만 아니라 '잔인하다'는 뜻도 함께 가진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또 우리 인생을 살다보면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정말 힘들게 들어간 직장인데 주어진 업무나 상사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냥 참고 다녀야 할지, 때려치는 것이 맞을지... 그런 순간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을까. 나는 어떤 선택이든 맞다고 본다. 다만,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책임질 준비가 되었다면 말이다.
단군 신화에서 백일간 쑥과 마늘만 먹으며 인간이 된 곰의 인내심이 대단하다 여긴다. 중간에 굴을 뛰쳐나간 호랑이는 패배자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그후 호랑이는 과연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 혹시 자신과 어울리는 다른 호랑이를 만나 행복하게 살지는 않았을까?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호랑이도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따랐을 뿐이기에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쑥과 마늘만 먹으며 끝까지 견디기로 결심한 것이 하나의 선택이라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에 따른 결과를 감내하고 이어지는 내 인생을 계속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忍 옆에 '言'(말씀 언)이 오면 '認'(인정할 인)이 된다. 참겠다고 말하든, 그냥 포기하겠다고 말하든 그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心(마음) 위에 날카로운 刃(칼날)이 오는 것이 참는다는 뜻의 忍이라면, 날카로운 刃 대신 무뎌서 쓸모없는 칼날 모양, 그래서 망했다는 뜻의 '亡'(망할 망)이 오면 '忘'(잊을 망)이 된다. 끝까지 견디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잊어버리는 것도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