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責 / 任

리더의 책임

by 신동욱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작전의 마지막 장면을 담은 사진이 많은 화제가 되었다.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사람이 철군 작전의 최고책임자이면서 투스타인 크리스토퍼 도나휴 소장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우였어도 그 사진의 주인공이 같았을까? 예전에 읽었던 한 카투사의 군복무 시절 이야기를 복기해보면 아마도 아닐 것 같다.


카투사에 폭설이 내린 날, 동시에 내려진 한국군과 미군의 지침은 달랐다. 병사는 전원 출근하고 장군은 대기하라는 한국군과 달리, 미군은 장군이 전원 출근하고 병사는 출근하지 않고 대기했다. 한국군은 문제가 생기면 아래로부터 위로 보고하는 체계인데 반해, 미군은 권한과 책임이 더 많은 계급이 신속정확하게 의사결정하는데 초점을 둔 체계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군대의 작전 수행 능력이 더 뛰어날까. 안봐도 뻔할 것 같다. 이러한 차이는 어쩌면 '책임'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다른데서 오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責任'(책임)은 '責'(꾸짖을 책)과 '任'(맡길 임)으로 구성된 단어이다. 責은 '貝'(조개 패)와 '朿'(가시 자)가 결합한 모습인데, 貝가 화폐로 이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시돋힌 돈'이라는 뜻이 된다. 가시돋힌 돈, 즉 남한테 빌린 돈이라는 의미다. 남한테 돈을 빌렸으니 늘 빨리 돈갚으라는 독촉을 당한다. 그래서 꾸짖다는 뜻이 나왔다. 任은 '亻'(사람 인)이 '壬'(북방 임) 모양의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맡기다라는 의미다. 이렇게 해석해보면 책임의 뜻은 '꾸짖는 일을 맡김'이란 뜻이 된다.


리더의 책임이 '아랫사람을 꾸짖는 것'이라고 본다면, 문제가 터졌을 때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누구 잘못인가?'이고,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가 된다. 사장은 임원을 꾸짖고, 임원은 간부를 꾸짖고, 간부는 대리사원을 꾸짖고. 직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아닌가.


반면 책임이란 뜻을 가진 영어 ‘responsibility’의 어원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respondere’다. 문제가 생겼을때 해결방법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능력에 방점을 둔 의미다. 그래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답하는 리더십을 먼저 보여준다. 리더의 계급이 올라가고 권한이 많아질수록, 문제 해결 능력으로서의 책임도 강해진다. 가장 높은 책임자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철군하는 미군의 모습도 아마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리라.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항상 어떤 문제든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자리가 바로 리더다. 이때 책임의 뜻을 '責任'이 아니라, ‘responsibility’에서 찾는다면 좀 더 훌륭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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