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艮 / 限 / 恨 / 良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by 신동욱

'艮'(그칠 간)은 허리를 굽히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하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그치다', '한계'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신분제 사회에서 낮은 신분의 사람이 으레 그렇듯 '어렵다', '가난하다' 등의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오늘날 그런 노골적인 신분제도는 없어진 듯 보이지만, 지금도 재력, 인종, 학력, 출신지, 성별, 종교, 장애 등 온갖 이유로 인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限'(한정할 한)은 艮 옆에 '阝'(언덕 부)라는 커다란 장애물까지 더해진 한자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친 현실 앞에서 지독한 절망감마저 느껴지는 한자다. 이런 환경에 던져진다면 누구나 세상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이 절망감이 '忄'(마음 심)에 새겨진 한자가 '恨'(한 한)이다. 왜 이런 환경에서 자라야 했는지, 왜 모든 불운은 나에게만 향하는 것 같은지, 왜 세상은 이렇게 불평등한지... 마음속에 그런 원망과 한이 쌓여만 간다.


하지만, '艮은 어쩔 수 없이 艮이야.'라고 체념하는 대신 작은 용기를 내어 艮 위에 점 하나를 찍는다면, '良'(어질 량)이라는 한자로 바뀐다. 어질다, 좋다, 훌륭하다, 아름답다, 착하다... 이렇게 근사한 뜻들을 가진 한자로 변신한다. 단지 점 하나를 찍었을 뿐인데, 한계에 갇혀 있던 내 인생은 어질고, 좋고, 훌륭하고, 아름답고, 착한 인생으로 말이다. 여기서 필요했던 것은 점 하나를 찍겠다는 작은 용기, 그리고 실행이다.


艮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저 영원히 艮이고 마음에 남는 것은 恨일뿐이다. 하지만 艮 위에 점을 찍는 작은 용기를 낸다면 내 삶은 良으로 바뀐다. 나는 艮의 삶을 살고 싶은가, 良의 삶을 살고 싶은가. 그 차이는 단지 점 하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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