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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Sep 30. 2015

바라건대 이런 존재가 되었으면.

서랍 속 글 ② -  마음속 슬픈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서랍 속 글 ② - 2010. 01. 05 작성

이 날, 참 많은 눈이 내리다가 그쳤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다,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었습니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합니다. 나는 무엇엔가 이끌려, 정처 없이 걷기 시작합니다.

시계도 이정표도 보지 않고, 그저 걷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림자는 하나입니다. 


 나는 지금, 혼자입니다.

 그러나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줄 알아야 하니까요.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다만 실망하는 게 싫을 뿐.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처럼,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리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소리는 소리를 부릅니다. 나는 그 소리마저 기다리고 싶습니다. 소리가 계속 찾아오고 오고 또 오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소리뿐만 아니라 남의 소리도 들어줄 수 있겠지요.

 그땐 지금 곁에서 내 소리를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처럼, 다른 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나는 돌아오는 길에 초콜릿 하나를 샀습니다. 가끔 먹는 쓰디쓴 것으로.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콤한 맛이 났습니다. 평소와는 좀 남다른, 달콤한 맛이. 편안함이. 포근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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