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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Nov 08. 2017

나의 특별하지 않은,
흔해 빠진 글. 그래도..

몇 년 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오랜만에 글을 쓰다가, 불현듯 몇 년 전, 무척 소중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 글은 참 따뜻해. 특별한 건 없지만.. 따뜻해 뭔가.

 당시엔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 괜히 신경 쓰였다. 갑자기 떠올라 곱씹을 때면, 가끔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오랜만에 글을 쓰고서 찬찬히 읽어보니, 정말 특별한 건 없었다.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흔해!' '뻔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경험, 고민, 그렇고 그런 생각.. 거기에 내 나름대로 덧입히려 한 건, '따뜻함' 정도? 그런데 사실, 그마저도 아마 '따뜻한' 글쟁이들 글에도 녹아 있으리라.


'에잉.. 쓰지 마 그럼? 이런 흔해 빠진 글!'


 킥킥 웃었다. 사실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은 어느 순간부터 벗어났다. 자기소개를 할 일이 생길 때 아무렇지 않게 '취미로 글을 쓴다.'고 밝힐 수 있다(전엔 못했다. 내 글, 혹은 글솜씨가 특별하고 특출해야만 소개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글 쓴다고 하면 다들 입모양이 동그랗게 변한다. 혹은 눈이 커지거나. 뒤이어 항상 같은 레퍼토리.


무슨 글을 써요? 수필이요. (혼란스러운 얼굴로)아 수필..이요? 네. 제 경험을 써요.

어디에 쓰세요/연재하세요? 그냥 개인 블로그에 올려요. '브런치'라고.

하루 방문자는?/많이 와요? 많지 않아요. 적어요.

혹시 돈이 돼요?

(잠시 뜸들이며 남몰래 한숨 쉰다.)아뇨. 돈 하나도 안 돼요. 그냥 좋아서 써요.

아..(침묵)


 신기하게도 거의 대부분은 마지막 질문으로 '돈이 되느냐'고 묻는다. 매번 겪지만 매번 마음이 복잡하다. '돈도 안 되는 거 뭐하러 저러나..' 이런 시선도 많이 받았다. 솔직히 나조차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 삶에 치여 글감조차 떠오르지 않을 땐 더더욱 그런다. 혹은 생활비가 바닥을 드러낸다거나? 마음이 쪼들려 글감도 발굴 못하는데, 쓰고 다듬어 업로드는 오죽하랴. 방학이 아니면 한 달에 한 편 올릴까말까 한다.

 나를 가만히 본다.  '아마추어' 작가. '특별하지 않은', '수필'을 쓰는 글쟁이. 취업전쟁에 참전할 날이 머지 않았는데, 마냥 글쓰기가 좋고. 돈은 안 되고. 그냥 너털웃음이 난다. 아이고, 참..


 생각하다말고 집 근처를 산책했다. 천천히 걸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난 사람들 구경하는 게 왜이리 재밌지?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심지어 쌍둥이도 가서 이야기 나눠보면 정말 다르다.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한편, 그걸 내 삶과 결부시키다보면 어디선가 또 '수필' 하나가 글샘에 고인다.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보면 행복하다. 특별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리고 가끔, 핸드폰에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알림이 뜬다. 그러면 삶에 치여 지쳐 있다가도 잠깐이나마 글감을 찾아보고, 글을 생각하곤 한다.

 


 집에 돌아오며 "돈도 안 되고, 특별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나는 쓸래." 라고 독백했다. 매일 1~2명 꼴로 구독자가 생긴다(오늘 1명, 어제 3명, 그저께 2명..). 다양한 경로로 들어와 예전에 쓴 글을 보고, 마음에 들었나보다. 정말 드물긴 하지만 까마득히 지난 글에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위로를 얻었다 / 힘이 된다 / 공감 된다."...

 쓰는 글 대부분이 '수필'이라 소재가 참 제한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 뿐이지만. 한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최근엔, 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가십거리마냥 한 번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두고두고 생각나길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져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래. 일단 나부터가, 내 글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특별하지 않은 흔해 빠진 이야기, 흔해 빠진 따뜻함이지만, 이마저도 간직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걸, 살다보니 자주 느낀다. 그 까닭에 나만 갖고 있지 않고, 같이 나누고 싶다. 소소하고 평이한 소재, 특별할 것 없는 언어로 짠 내 글을. 

 내 이야기와 생각이, 잠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과 맞닿아 교감한다. 그래서 그이에게 특별하지 않은 따뜻함과, 흔해 빠진 이야기 하나 건넬 수 있다는 사실. 이 작업 자체가 행복하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글을 쓸 이유는 충분하리라.


아아. 글을 맺다가 깨달았다. 그동안 간과한 점이 있다. 그 친구는 두 번이나 말했다. 

"네 글은 참 따뜻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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