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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Mar 01. 2018

소중했던, 여전히 참 소중한, 친구에게

부디 잘 지내.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김광석 님의 <그날들>(*글 아래 삽입)을 들으며 가사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노라면, 참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을 스치곤 해. 그런데 이 대목만큼은 네가 많이 생각 나. 참 이상하게도 딱 이 부분만. 앞뒤로 또 다른 가사가 있고, 수많은 이들의 잔상이 아른거리다가.. 여기서만큼은 딱 네가 떠올라. 가슴에 묻으려 애썼기 때문일까? 지난 세월 동안.


 십 년 전, 널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 좋았는데. '세상에, 나랑 정말 많이 통하는 친구를 만났어!' 하고 뛸 듯이 기뻐했던. 이후 서로 자주 만나고 싶어했지만, 바쁘고 시간이 맞지 않아 그러지 못했어. 그 까닭에 너에 얽힌 기억은, 대부분 컴퓨터 화면을 보며 이메일을 쓰거나, 책상 앞에 앉아 편지를 쓰는 장면입니다. 소식을, 마음을 전하고 싶어 글을 다듬고 다듬던 그 시간들. 아니, 실은 마음을 다듬고 다듬던 그 시간들.


 그러다 어쩌다 한 번, 정말 어쩌다 한 번.
널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어.

 그렇게나 많은 소식과 마음을 전달하고도, 나는 또 이야기를 하곤 했어. 네가 너무 반가워서.. 반가워서. 참 많이 좋아하는, 소중한 친구니까. 마치 열병에 걸린 듯 좋았어. '좋아하는 감정은 무조건 옳다'고 여겼어. 그래서 더더욱 아낌없이 좋아했지. 하지만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독이 될 줄은. 그땐 몰랐습니다.


 내가 지닌 수많은 상처와 연약함 때문에, 결국 관계를 망쳐 버렸어.

 관계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가는 게 아니지만, 머나먼 추억 속 많은 징후와 표지는 나를 가리키고 있어. '너(나) 때문이야'라고. 쓸쓸하게도..

 이 지적을,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도망가거나 핑계 대지 않기로 했어. 그렇지만, 오롯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고통이었습니다. 너를, 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만큼 고스란히 아픔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결국 많은 부분을 가슴 깊이 묻어야만 했어. 그래야 견딜 테니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세월이 다 덮어 버릴 거라 믿으며. 미안하다는, 못다한 말까지도 함께.


 그리고 얼마 전, 한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 대화가 점차 깊어지다가, 어떤 질문을 받았습니다. 무슨 질문인지 기억 나지 않아. 아주 간결했는데도 잊어버렸어. 다만 이건 기억 나.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깊은 울음이 터졌다는 사실. 그리고 네가 떠올랐어. 아주 깊은 울음이 마음을 관통했고. 소리 없이 숨죽인, 하지만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이 아픈 울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참 오랜만에, 네 이름을 불러봤어.
소중했던 친구. 아니, 지금도 여전히 소중한 친구인 너의 이름을.

  최근 들어 저는, 가슴에 묻었던 그날들을 하나씩 꺼내고 있습니다. 같이 우겨넣었던 아픔까지도, 말이야. 잘 묻은 줄 알았는데.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오히려 뚜렷하게 살아있더라.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집착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 때문에 애써 파묻었던 건데.

 그런데 잊어야 한다고 잊히는 게 아니더라.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하려 했던 방식이 잘못 됐더라. 이젠 더 이상 묻지 않고, 꺼내어 숨쉬게 할래. 도망가지 않고 건강하게 직면할래. 그러다보면 좀 더 성숙하지 않을까? 또 다른 이들과 상처를 되풀이하는 일이 점점 적어지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잘 지내길..


소중했던 친구야. 아니, 지금도 여전히 참 소중한 친구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늘 그랬듯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내 친구야.

우린 아마 다시 못 만나겠지만, 그렇기에 마음으로 항상 널 응원합니다. 기도합니다.


부디 잘 지내. 건강하구.

보고 싶어..


다음 곡을 들으며 썼습니다.

[그날들 - 김광석 https://www.youtube.com/watch?v=uUX4Rghpb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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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Seryuah@naver.com

*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


사진 출처

http://pixabay.com  (이하 작가명)

표지, 2번째, 마지막: "AdinaVoicu"

1번째 : "Marys_Fotos"


*작가의 말

너무 오랜만이라 참 낯설어요. 브런치 글 없는 기간에도 개인 글(일기 등)은 꾸준했지만.

 요 몇 달 사이, 참 많은 심경 변화를 겪었습니다(지금도 진행 중이랍니다.).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차츰 깊어져 갑니다(여전히 허물투성이/날라리 신자이지만 ^^;). 한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저를, 제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라 참 좋은데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요. '마음판'이 조금씩 변하다보니, '마음 초점' 맞추기가 다소 어려워요. 명징하지 않습니다. 덩달아 브런치에 올릴 만한 글이 좀처럼 나오질 않네요. 역량 부족 실감 ^^;(그래도 초점 맞추는 작업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궁극적으론 좋은 변화이니, 기뻐할래요~(본래 업로드 주기가 길었으면서.)


 그러고 보니 2018년 첫 글이네요.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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