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8~. 독자님들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세류아입니다.
브런치를 알게 되고, 시작한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작년엔 사정상 생략..).
그 동안 저는 약 마흔 편의 (만족스러운)글을 쓰고, 1,500여 명의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2년 전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죠. 어디엔가 항상 글을 쓰고는 있었겠지만, 포털이나 카카오톡 채널 등에 몇 번이나 노출되고, 무려 구독자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연이어 큰 좌절을 겪으며 펜을 꺾고, '예전엔 문청'이라는 한 마디로 저를 달래왔습니다. 그런데 2년 전, 브런치 메인에 있던 "잊고 있던 작가의 꿈을 펼쳐보세요" 이 한 문장이 옹송그렸던 한을 봇물처럼 터뜨려 버렸습니다. 전문작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글은 쓸 수 있는데.. '예전엔 문청'이라는 말을 오히려 프로필에 달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참 많이 회복되고, 또 성장했습니다.
특히 글쟁이로써 기쁜 건, '인생글'이 나왔다는 점입니다(화무십일홍 - 당신께 보내는 편지*링크). 실제로 저는 이 글을, 하루에 한 번 꼴로 다시 봅니다. 모든 예술가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심상)를,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현하고픈 소원이 있다고 생각해요. 표현수단인 글, 그림, 음악, 춤 등등을 통해. 저는 이 글로 그 염원을 이루었습니다. 먼저는 '숭고함.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해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글을 하나쯤은 쓰고 싶었습니다. 다음으로 '계속 재생되는 소중한 순간'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화무십일홍. 흔히 '권불십년'과 함께 사용되어 인생의 덧없음을 교훈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해석이 싫습니다. 왜냐하면 단 열흘만 붉을지라도 어떤 꽃은, 어떤 순간은, 지나가고 사라질지언정 계속해서 재생되기 때문입니다. 기억 속에서, 감정 속에서.
저는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헤어지게 된 소중한 사람들. 특히 내 연약함 때문에 헤어진 사람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지녔습니다. 또한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간직합니다. 비록 과거가 되었지만, 그 사랑(들)이 아직도 제 안에 생생히 살아 숨쉬곤 하니까요. 또한 저는 크리스천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순간과 그 시기에 경험했던 첫사랑도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단 한 번, 한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절 변화시키고, 그 이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으니까요.
이러한 한 번의 사랑, 순간순간의 사랑어린 기억은 이제 과거가 되어 현재에는 보이지 않는, 시들어버린 '십일홍'이지만, 제 마음속에는 오히려 더 선명히 남아 계속 재생되고 깊어집니다. 함께 현재를, 미래를 살아갑니다. 힘이 됩니다.
바라건대 제 글도 이렇게, 계속 재생되면 좋겠습니다. 한 번 소비되고 말, 그런 글이 아니라 훗날 어느 순간 다시 생각나서, 되풀이해서 보게 되는. 5년 뒤, 10년 뒤 읽으면 또 달라지는 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읽히며 영원히 재생될 가치가 있는 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을 살리는 글. 그런 글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모든 글이 다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지향할 따름입니다.
구독자 수는 1,500여 명이지만, 이따금 통계 메뉴를 들어가보면 실상 20~30명 안팎의 조회수를 보입니다. 지금까지 올린 글이 40여 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적은 숫자. 게다가 대부분은 브런치 내부 유입. 하지만 꼬박꼬박 들어와서 챙겨보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이젠 알고(아무도 댓글은 안 다시지만, '라이킷'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많은 용기를 내어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하고(특히 '오래 전부터 눈팅만 해오다가..'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는다면, 그리고 내 글이 어떤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재생될만큼 가치가 있다면, 그거 하나로도 저는 계속 글을 쓸 힘이 생깁니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문체 특성상, 글이 길어졌네요.
앞으로의 여정도 함께 해요!
'글은 쓰고 싶을 때만 쓴다'는 아주 편리한(게으른)생각과, 본업에 충실(..과연?)하느라 업로드가 매우 느린 게으른 아마추어 작가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해주시겠어요? 함께 하고 싶네요.
저는 매거진이 2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나로 당신에게 닿기를'이고 하나는 '누군가에게로의 편지'입니다. 둘다 사람을 향하고 있죠. '당신'과 '누군가에게로'. 제가 관계지향적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독자가 없으면 작가가 무슨 소용일까요(설령 독자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오더라도 계속 글은 쓰겠지만..)?
제 글을 꾸준히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평안하세요 ^^
2017년 8월 18일
세류아 올림
이메일 - Seryuah@naver.com
*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추신:
Pixabay는 저작권이 자유로운 곳입니다. 참 애용하는데요, 아무리 저작권이 없다고 해도 엄연히 사진마다 창작자가 있습니다. 또한 제가 글을 쓰고 완성하는 데 있어 큰 부분을 담당합니다. 그렇기에 그분들에 대한 존중으로 항상 하단에 아이디를 표기합니다. 이분들도 사진을 통해 마음속의 심상을 표현하는 '예술가'니까요!
모든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이하는 작가명)
표지: bunzellisa
1번: AdinaVoicu
2번: Comfr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