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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Jul 13. 2017

달빛 아래 함께하길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긴 시간 혹은 짧은 시간을 함께 하다가, 헤어질 때에야 '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했구나.' 하고 절절히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반대, 그러니까 '아,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좋아했구나.'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합니다.

 헤어지며, 많은 이들이 "다시 연락하자"라든가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합니다. 그 당시엔 진심을 담아서, 말이에요. 하지만 연락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멀어지거나, 혹은 그나마 남았던 애틋함마저 닳아 바스러지기도 합니다.

 당신께 올리는 이 글 또한 결과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또 보자"와 다를 바 없겠지요. 다시 보고 싶은 마음 또한 진심입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꼭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 오묘함에 짐짓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별의 아쉬움을 한탄할 뿐입니다.

 그런데, 설령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꼭 얼굴과 얼굴을 맞대야만 진정한 만남이 된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리만리 각자의 길을 떠나며 서로에게 진심어린 축원을 할 수 있다면.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문득 당신이 너무나 그립고 생각나는 날, 그런 때. 잠시 멈추어 그간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면. 이는 헤어졌어도 헤어진 게 아닐 테니까요.


 중국 북송 시인 소식(蘇軾. 소동파)은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한 명시, <수조가두>(水調歌頭)를 이렇게 끝맺습니다.


但願人長久(단원인장구) 다만 바라기는 그대가 오래 오래 살아서
千里共嬋娟(천리공선연)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저 아름다운 달빛을 함께 보길


 천리만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늘과 달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 이 세상 한귀퉁이에서 인생사 나그네길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나와 그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달을 본다(共嬋娟)'고 생각해도 괜찮겠지요?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있기에. 저 달과 달빛은 당신에게도 동일하게 허락될 것이기에.

 그렇기에 저는 더 이상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해요. 짧은 시간 혹은 긴 시간, 단 한 번 뿐인 삶이, 그 일부분이 맞닿았던 거니까.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내 부족한 점이 당신을 힘들게 했다면, 부디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우리들은 여전히 미완의 존재. 더 정확히는, 눈을 감는 그날까지도 완성되지 못할 존재입니다. 그러니 다만, 부던히 스스로를 빚어갈 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을 겪으면서.

 당신과의 만남, 함께 했던 시간, 그리고 이별 또한 이 지고지난한 과정 속에 이루어졌고, 너무나 각별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외 차마 다 적지 못한 이야기들은, 가슴에 묻을 따름입니다. 행간에 스며든 수많은 기억을, 당신께서는 읽으시리라 믿어요.


千里共嬋娟

 저 또한 바라기는, 만남도 인연도 짧았으나 다만 그리움만은 오래오래 남아, 이따금 서로를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목소리를, 눈동자를, 애틋하던 체온을, 그리고 이름을. 당신과 나의 이름을, 말이에요. 우리가 처음 만난 뒤 서로가 '의미'로 다가왔던 최초의 언어이자, 헤어지고 나서도 가장 마지막에 기억될 언어인, 이름.

 글을 맺기 전, 그리움을 담아 당신의 이름을 나지막이 속삭여봅니다.


잘 가요, 언젠가 꼭 다시 만나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고마웠어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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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pixabay.com 

표지 및 마지막: "warrenrandalcarr"

1번: "soniasmc"(편집)

2번: "rkark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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