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삶을 나눠줘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네요. 잠 못 드는 어느 늦은 밤, 마음을 가만히 여며봅니다.
왜 당신 생각이 났을까요.
...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시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설령 슬프고 비참한 결과가 기다린다 하더라도, 그저 시작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과의 만남이 그래요. 서로 정말 좋아하여 만나기 시작해도, 언젠가는 이런저런 모양으로 헤어지리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요. 당신과의 만남도 그러하였습니다. 너무나 좋은 시작이었지만, 동시에 쓸쓸한 마지막을 예감했었습니다. 속절없는 직감이 맞지 않길 바랐을 뿐.
결과만을 놓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그 자체가 더 귀하기도 하니까.
삶의 발자취는 영혼에 새겨집니다. 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세월을 직면하며 걸어간 시간.. 그 모든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집니다.
당신을 알아가기로 했던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비록 진한 상처가 남았지만, 이 또한 삶의 일부임을.. 이젠 알아요.
우리 둘이 서로의 삶을 마주하고, 마침내 어우러졌던 그 순간. 어우러진 그 설렘. 그 기쁨. 그 신비를 선명히 기억합니다. 동행했던 계절을 기억합니다. 비록 이젠 금이 가고, 어그러진 채 깊은 아픔으로 얼룩졌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보다는 훨씬 성숙해졌습니다.
많은 계절을 함께하며 삶을 나눈 당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당신이에요.
사계절이 돌고 돌아, 홀로 남겨진 나를 문득 마주합니다.
비로소, 받는 데에만 익숙했던 나를 마주합니다.
이제야 헤아립니다. 당신 또한 상처 받은 사람이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날 사랑해주었음을..
이 밤, 무척 외로웠을 당신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고마워요.
사랑을, 삶을 나눠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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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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